◎시라크 강력요구에 즉각 거부/우파 연대 지스카르도 “사임안된다” 표명【파리=한기봉특파원】 28일 실시되는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1차 투표때 드러난 사회당의 대참패가 만회되지 못할 전망이 확실한 가운데 미테랑 대통령의 조기퇴진 주장을 둘러싼 정파간 공방과 이해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미테랑의 퇴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선 사람은 우파의 공화국연합(RPR) 당수인 자크 시라크 전 총리. 그는 지스카르 전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민주동맹(UDF)과 단일후보를 내 1차투표에서 40%의 지지를 얻었다. 사회당은 17%에 불과했다. 결선투표에서 RPR는 UDF보다 20∼30석이 많은 2백50여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제1당이 될 것으로 확실하다.
81년 집권한 미테랑은 2기 임기 2년반을 남기고 있다. 이번 총선결과는 미테랑 사회주의에 대한 사실상의 사형선고,미테랑에 대한 국민의 불신임투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회당 패배의 가장 큰 원인도 고실업률,부정부패와 함께 미테랑의 인기저하가 지적되고 있다.
1차 투표결과에 침묵했던 미테랑은 시라크가 퇴진을 주장하자 즉각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대변인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사임을 주장하는 정당에 총리를 지명할 수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현 상황에서 갖고 있는 유일한 카드인 총리임명권을 내세워 역습한 셈이다. 대선에 대비,동거정부하에서의 총리직을 원치않고 있는 시라크는 자파의 발라뒤르 전 재무장관을 총리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시라크와 연대한 지스카르는 시라크와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사임을 바란다면 총선이전에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밝혔어야 했다』며 『지금은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미테랑의 조기 사임을 계속 주장했던 사람은 지스카르였다.
그러나 그는 총선결과 시라크의 정당이 유리한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자신의 대권 재장악에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헌법상 의회가 대통령을 불신임할 수 있는 아무런 합법적 근거는 없다. 또한 미테랑으로서도 사회당이 71년 창설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사임발표는 사실상 사회당의 소명을 자초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라크 역시 76세에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미테랑이 건강상 집무불능상태가 아니면 결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테랑의 사임을 주장하는 것은 코아비타시옹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처음부터 다져놓는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지난 86∼88년 첫번째 동거에서 미테랑의 노련한 정치적 계산에 의해 사실상 들러리 총리가 돼 88년 대선에서 패배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라크의 미테랑 사임주장은 2차 동거가 「냉전」이 될 것임을 벌써부터 예고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