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도 자살한 셈” 불만/「고비」넘겨 타협전망도○…27일 속개된 러시아 인민대표대회 임시총회에서 옐친 탄핵을 정식의제로 논의하자는 안건이 표결끝에 부결되자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을 비롯한 보수파 의원들의 얼굴에는 실망스런 기색이 역력.
특히 옐친의 최대정적인 하스불라토프는 이날 회의 벽두부터 옐친의목을 겨누고 벌인 두차례의 투표대결에서 모두 패배하자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까지 언론을 통해 『옐친을 탄핵할 의사가 없다』고 후퇴했던 하스불라토프가 이날 대회에서 이렇게까지 당황하자 개혁파들은 희색이 만연.
한편 보수파 의원들도 투표결과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는데 옐친의 탄핵논의안을 발의한 세르게이 바부린은 『대통령이 정치적 자살행위를 하자 의회도 따라서 자살을 기도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역설적인 설명.
○…인민대표대회 산하 법안 기초위원회는 이날 임시회의 개막직전 옐친과 하스불라토프의 동반퇴진을 골자로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즉 회의 시작전 표결을 통한 옐친 탄핵이 불가능해지자 옐친과 보수파의 수장격인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에게 현 정국 책임을 물어 동시에 퇴진하라는 결의안을 내놓은 것.
또한 이 결의안은 옐친이 강행하려는 4월25일 국민투표를 인정하면서 4가지 문항을 추가해 한꺼번에 통과시키려고 기도.
옐친은 「당신은 국가 최고권력이 대통령·의회중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조항을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었으나 법안 기초위는 『당신은 대통령을 신임하는가』를 물어 「의회」라는 단어를 삭제해 국민투표에 패배하더라도 의회를 지키겠다는 의도.
하지만 이 결의안은 결국 정식의제로 채택도 되지 못하고 부결.
○…극한대립 양상을 보이던 러시아 정국위기는 지난 26일을 고비로 일단 파국을 면하고 타협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러시아 언론들은 전망.
제9차 인민대표대회 첫날인 26일 옐친 대통령을 비롯,루츠코이 부통령,조르킨 헌법재판소장 등이 잇달아 타협성 제의를 한 것은 내전발발 등 유혈사태의 가능성이 높은데다 보수·개혁파중 어느 한쪽도 우세승을 점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
○…러시아 정국의 최대변수였던 중도보수파 모임인 시민동맹은 첨예한 보혁대결을 완화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동맹은 옐친을 탄핵하겠다는 강경보수파에 소극적 태도로 일괄했던 반면 옐친측으로부터는 연정 의사표명과 일부 경제각료의 경질이라는 양보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옐친과 루츠코이 부통령은 대회 개막 하루전인 25일 밤 극비리에 회동,정국운영방향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
26일 경질된 네차예프 경제장관은 급진개혁 정책의 실무자로 그동안 산업계와 기업가를 대표하는 시민동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왔는데 경제실정에 대한 「희생양」이었다는 지적.
○…스탄캐비치 대통령 보좌관은 앞으로 급진경제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 연정을 통해 입각하는 각료중 일부가 사회복지 의료 등을 맡아 국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
그는 경제의 개혁속도도 다소 늦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급진개혁정책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
○…현재의 보혁대결은 양측의 승패를 떠난 각 정파 지도자 모두에게 이미지손상을 입힌 것으로 분석.
옐친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하스불라토프 의장도 국민들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조르킨 소장 역시 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루츠코이 부통령은 기회주의자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에 정계개편 움직임이 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새로운 정치지도자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
○…게이츠 전 미 중앙정보국장은 27일 러시아 사태에 대해 『군부·KGB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옐친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일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전략 핵무기의 관리상태는 양호하나 러시아연방의 분열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게이츠는 그러나 만약 옐친이 보수파에 밀려 국민투표조차 실시하지 못한다면 러시아의 각 자치공화국이 분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또 옐친 대통령이 실각하면 우크라이나 등이 미·러간의 전략 핵무기감축조약(START)을 비준하지 않아 새로운 동·서 대결의 냉전구도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외신 종합>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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