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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도 다른 점이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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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도 다른 점이 없다(사설)

입력
199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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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공직자 1백25명의 재산이 예정에 앞서 서둘러 또 공개됐다. 국민간에 엄청난 불신과 박탈감을 함께 촉발시키고 있는 「여당의원 재산공개 파문」의 진정을 겨냥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또다른 놀라움과 공분의 확인에 다름아니어서 갈수록 태산이요,엎친데 덮친 격이라 할만하다. 그래서 의원파문을 진정시키기는 커녕 파문에 또다른 파문을 겹치게 하면서 마치 산더미같은 해일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듯한 충격파가 감지되고 있는 오늘이다.이번 공개결과의 참담함은 그 재산의 내용들이 잘 말해준다. 어찌된 노릇인지 하위직인 차관급의 평균재산이 장관급보다 오히려 높은 것도 예상밖이려니와 일부 검찰 간부의 치부가 놀랍고 한심스러워 의원파문의 대물림을 이번엔 검찰이 가로맡게 되었다는 인상마저 지울길이 없다.

정확한 재산취득 경위야 앞으로 두고두고 밝혀지겠지만 먼저 현직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신고된 재산이 62억원으로 차관급중 1위를 차지한 것은 여러모로 예사롭지가 않다.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깨끗한 정부」라는 지상과제 실천에 앞장서야 할 상징적인 자리이고 법질서 구현과 사정의 대명사여야 할 핵심적 중책인데,이 무슨 엄청난 재력인지 국민들은 지금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검찰 간부가 10위권내 5명,20위안에 9명이나 들어있고,일부 검찰 간부들이 「범인 추적하듯」 투기열풍지대인 수도권과 서해안을 집중공략했음이 드러났다고 한다. 그래서 검찰 간부들의 1인당 땅소유 평균이 1만2천평에 이른다는게 아닌가. 신고된 골프회원권의 70%를 검찰인사들이 차지하고 있고,1인당 평균 회원권수가 헬스회원권을 포함,1.8매라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졌다고 한다.

이같은 실태는 과거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등 보신주의에 빠져 검찰권 행사의 엄정중립은 물론 자정에도 고루 소홀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고전적 비판이 없지 않은터에,이번 일로 새삼 돌출될 검찰의 「유전구설」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검찰만이 아닌듯하다. 재산을 공개한 차관급 인사 전원을 통틀어 보아도 재산행태나 축재수준은 오십보 백보로 큰 차이가 없다. 차관급 인사 전체의 소유땅이 여의도의 1.5배에 이르고,검찰과 함께 사정기관의 대표격인 경찰청장의 재산도 24억원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일부 청장이나 교육감들의 치부도 역시 만만찮다.

장관,의원,차관 등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 군림해온 인사들의 감춰졌던 허울이 차례로 벗겨지고 있다. 그리고 벗겨진 속에 도사린 공직을 이용한 투기·치부·비도덕·불법의 실상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이 모두가 어두운 세월속에서 자라나고 보호받아온 우리 사회 모두의 상처이자,슬픈 유산이다.

하지만 그토록 오랜 고질들이 자발적이라는 이름을 빈 재산공개만으로도 국민들의 눈앞에 여지없이 노출돼 심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한편으론 놀랍고 신기롭기도 하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럴수록 당국은 공개를 위한 공개로 그치지 말고 정확한 검증과 문책,그리고 제도적 개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국민들도 요즘과 같은 탁류의 와중에서 실망만 할게 아니라 오히려 바른 삶에 대한 믿음과 용기를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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