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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국민투표 수순… 파국 불보듯/러시아 사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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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국민투표 수순… 파국 불보듯/러시아 사태 어떻게 될까

입력
199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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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조항 모호… 보혁 모두 자기입장 고수러시아 정국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과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은 24일 조르킨 헌법재판소장과 체르노미르딘 총리를 배석시킨 가운데 정국타개를 위한 협상을 가졌으나 합의도출에는 실패했다.

하스불라토프는 이 자리에서 옐친이 끝까지 주장하고 있는 국민투표의 철회를 요구했으나 이는 옐친이 결코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에 양측은 서로 기존 입장만을 확인한채 아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따라서 양측은 26일 개최되는 인민대표대회까지 또다른 협상이나 물밑대화를 시도하겠지만 당초 계획했던 탄핵강행과 국민투표 준비를 위한 수준을 각자 밟게 됨으로써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크렘린 대좌는 일단 옐친측이 최고회의에 제출한 포고령 내용을 대폭 수정하는 양보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의 이해와 논리,명분이 워낙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타협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우선 양측이 내세우고 있는 논리가 법리적으로 어느 쪽이 옳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 원인의 상당부분은 권력구조를 다룬 헌법내용에 있다. 브레즈네프 시대에 제정된 현 헌법은 지난 2년간 무려 3백20차례 보완 내지 수정됐다.

때문에 원래부터 모호한 헌법 조항이 더욱 애매하게 됐으며 자의적 해석에 따라 편리한 쪽으로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옐친이 제출한 비상통치 공식문서 아닌 옐친의 지난 20일 TV연설 녹화물을 근거로 위헌판결을 내린 것이다.

옐친 진영은 공식문서가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리는 것이나 이를 근거로 삼는 의회의 탄핵결의나 모두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회는 연설 자체만으로도 위헌판결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같은 법리논쟁은 절차상이나 자구해석의 가변성때문에 러시아인들 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둘째 정치판에서 협상과 타협,약속위반 등 각종 책략과 거래가 난무하고 있어 러시아의 정국향방을 정상적인 방법으론 예측하기 어렵다.

애당초 지난해말에 열린 제7차 인민대회에서 옐친과 하스불라토프는 4월11일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제8차 대회에서는 이 합의가 뒤집혔다. 보수파들이 국민투표가 불리한 카드라고 본 것이다. 인민대표대회도 사안에 따라 대의원들간에 합종연횡이 이루어져 보혁간의 정확한 세력분포를 짚어내기도 힘들다.

셋째 정치의 예측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서방의 경우 의회의 회기나 의제가 여야간 합의로 결정되지만 러시아는 그때 그때마다 필요에 따라 변경된다. 한때 반공산주의 세력의 주축인사가 다시 공산세력에 합류하기도 하고 공산주의자가 민주투사로 뒤바뀌기도 한다. 채택된 법률이 하루아침에 변경되기도 하고 일정이 임의로 바뀌기도 한다.

넷째 정책보다는 정치인들간의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 옐친이 탄핵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은 일부 중도보수파가 옐친의 정책은 싫어하지만 옐친은 미워하지 않기 때문에 탄핵에 반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다섯째 러시아인들은 외세의 개입을 극히 혐오한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옐친이 이처럼 무차별 공격을 받는 주된 이유중 하나는 친서방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러시아는 1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무척 자랑하고 있으며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다. 이 자존심을 손상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

여하튼 양측은 이미 각자의 길을 가고 있으며 이 와중에서 편가르기에 가담하지 않은 대의원들을 상대로 각종 포섭작전을 펴고 있다. 물론 항상 협상과 타협의 문은 열어놓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누가 더 힘을 갖고 있느냐가 될 것이다. 이 힘은 정치력과 물리력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누가 러시아를 통치할 것인가는 대통령의 탄핵여부를 떠나 바로 이 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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