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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 사령탑/이경식부총리/“고통분담 정부가 앞장서겠다”(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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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 사령탑/이경식부총리/“고통분담 정부가 앞장서겠다”(초대석)

입력
199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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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는 공개논의·극비 진행/경쟁력있는 중기 선별적 지원/내년엔 성장·수출 안정궤도 진입 전망▼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고,기업자금 성수기인 3월에도 대출수요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신경제계획이 기업들에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 경제가 지난 80년이래 가장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어려운 시점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으므로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신경제」란 지시와 통제의 경제가 아니고,자율과 창의의 경제입니다. 정부는 기업활동을 위축시켰던 온갖 규제를 풀고,금리를 내리고,통화공급을 확대하는 등 경제여건을 바꾸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자세도 정부의 신경제 실천의지에 맞춰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분위기가 바뀌고 있으므로 그점을 우려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한꺼번에 수백건씩 규제를 풀고 있는데,그린벨트 완화,기업부동산 취득금지 완화 등은 문제가 있는것 아닙니까.

○자기할일 먼저해야

『어떤 규제도 이유가 없었던 것은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약간 부작용이 우려되더라도 일단 모든 규제를 털어버리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앞으로 혼선도 많고,반작용도 나타날 것입니다. 5년동안 꾸준히 동향을 체크하며 자율이 자리잡도록 노력해야 김영삼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신경제의 고통분담 호소는 각계층에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릅니다. 경제가 고속성장하는 동안 일방적으로 고통을 강요받았다고 느끼는 계층을 어떻게 설득하시겠습니까.

『신경제의 고통분담론은 대통령에서 저소득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같이 뛰자는 호소입니다. 이미 청와대가 살림살이를 대폭 줄이고 있고,중앙정부·지방정부·국영기업체도 소비성지출과 경비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절약되는 예산이 1년동안 1조원에 이를것으로 추산됩니다. 공무원 봉급과 정원을 동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책임지겠으니 근로자들은 임금안정에 협조하며 인내해주시기 바랍니다』

▼언제쯤 성장·수출·국제수지 등이 안정궤도에 진입할 것 갔습니까.

『우리 경제는 91년에 8.4%가 성장했으나,92년에는 4.7%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92년 4·4분기에는 2.8%로 떨어져 매우나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올해 1·4분기에 경기가 최하점으로 내려갔다가 2·4분기부터 나아지리라고 보고 있으며,올해 경제가 5% 성장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성장은 전체로 7%내외,부문별로는 제조업 9∼10%,수출이 10∼13%정도 성장하는 것인데,94년부터는 이 수준에 이를 것입니다』

▼과거에 모든 정부들이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해 왔으나,중소기업이 발전하지 못한것이 여전히 우리경제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신경제의 중소기업 육성책은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과거에는 대기업이 경제를 이끌어 왔으나 이제는 중소기업의 발전없이 대기업도 발전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실하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릅니다. 전경련도 중소기업연구소 설립을 지원하는 등 모두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대금결제기일을 60일이내로 하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강화하고,중소기업 지원을 체계화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을 보는 눈도 달라져야 합니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다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중소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업종을 선별해서 지원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을 사회정책으로 보지말고,산업정책으로 봐야 합니다. 일본에서도 일년에 십만개의 중소기업이 쓰러지고,십만개가 새로 문을 연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얼마전 최종현 전경련회장을 인터뷰했는데,그는 『기업들이 규제에 시달리고 뇌물바치고 비싼 금리내고 그나마 은행돈마저 구하기 힘드니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키우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땅투기 재연없을 것

『기업들이 탈진한 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제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있고,노사관계도 어려운 고비를 넘었고,준조세문제도 개선될 것입니다. 금리가 수출 경쟁국들에 비해서 2배이상인것은 사실이지만 금리란 그 나라의 물가수준,자금수요 등과 관련이 있으며 자금에대한 초과수요가 있는 나라에서는 자연히 금리가 높아질수 밖에 없습니다. 금리인하에 앞서 물가안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91년까지만해도 시중금리가 19% 수준이었으나 지난 1월 공금리 인하조치이후 11%대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0.5∼1% 포인트 금리를 추가인하했으며,계속 그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법적으로 4년 임기가 보장돼 있는 한국은행 총재를 도중하차시켰다면 국민이 납득할만한 경질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러난 조순총재는 신경제와 맞지않는 인물입니까.

『나는 한은총재 경질 이유를 밝힐 위치에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물러난 총재보다는 새 총재가 좀더 새 정부 경제팀의 컬러와 잘맞는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조순총재는 통화량이나 금리의 조절 등에서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고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신경제의 시장경제 원리와 그의 시장경제원리는 어떻게 다릅니까.

『오늘의 경제를 보는 견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침체가 계속되더라도 국민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 인위적 조치없이 안정기조를 다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어떤 사람은 이런식으로 침체가 계속되면 성장의 잠재력마저 손상될 우려가 있으므로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 경제팀의 컬러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경제각료들이 그런 견해를 밝히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합니다.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아래 돈을 풀고 규제를 완화할 때마다 물가가 뛰고 부동산투기가 일어나 애써 다진 안정기조마저 무너졌던 전례가 있는데,이번에는 그런일이 없겠습니까.

『경제활성화는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안에서 추진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전반적으로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투자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추진하더라도 물가불안이나 부동산투기로 연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 또 그동안 전산화작업 등으로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으므로 과거와 같은 투기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국민들은 역대정부가 충분한 연구와 확고산 실천의지 없이 실명제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습니다. 새 정부 역시 준비와 의지가 부족한채 너무 말을 빨리 했던것이 아닙니까.

○실명제안 6월제시

『금융실명제가 시행되면 지하경제를 척결하고,상속·증여·이자·배당소득 등에 관한 형평과제가 가능해지는 등 장점이 많지만,이를 전면실시할 경우 금융경색·경기침체·중소기업도산 등 부작용도 만만치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명제를 시행하더라도 시기와 방법을 숙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대통령이 지난 19일 신경제구상에서 밝혔듯이 실명제는 반드시 시행할 것이며,우선 금년에는 경제활성화에 주력하고 내년에 제도개혁을 마무리할때 실명제를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재무부가 지금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으며 6월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습니다. 또 실명제는 워낙 예민해서 비밀을 지켜야 하므로 논의는 공개적으로 하되 진행은 극비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명제를 시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제상황이 지속될 경우 김영삼대통령의 임기안에 실명제를 실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국민의 이 문제를 정부의 개혁의지와 연결시켜 생각하고 있으므로 무제한 실시를 연기하가는 국민신뢰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실명제를 시행하는데 따른 부작용보다 한층 더 심각한 역작용이 일어날 것입니다. 순수 경제논리로는 실명제가 후퇴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때 많은 경제관련 공약이 제시됐는데,이 공약들을은 언제쯤 재검토할 생각입니까.

『신경제 5개년 계획이 오는 6월 완성되면 그 스크린른에 공약들을 비춰보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정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공약도 시행할 수 없으므로 공약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수입은 얼마고 지출은 얼마인데,이런 공약들은 실천하기 어렵겠다고 국민앞에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김영삼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안정을 원하는 계층이 많았습니다. 대통령이 개혁과정에서 그들의 압력을 물리치리라고 보십니까.

『나는 대통령이 스마일 페이스지만 속이 단단한 분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누구의 압력도 물리칠수 있는 강한 내면을 지닌분이라고 생각하므로 그점을 염려하지 않습니다』<대담 장명수 편집위원>

□경력

▲1933년생

▲고대상과졸업. 프랑스 후진국개발연구원 수학

▲한국은행 조사부근무

▲경제기획원 기획국장·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체신부차관 역임

▲대우 자동차사장·한국가스공사 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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