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동향 주시 “강경·속결” 시사/“고위공직자외에 어디까지 공개하나” 신경예민/청와대/「비리의원」 처리문제 강성기류/진상파악특위 철야 실사·징계논의 분위기 긴박/민자▷청와대◁
○…청와대는 25일 민자당 재산공개 관련 일부 비리의원 처리에 대해 『당에서 기준을 정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함구하고 있으나 여론향방과 사태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는 또 자체적으로도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문제의원에 대해 관계기관을 동원,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 특위의 조사결과가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될 때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관계자는 처리매듭 시점에 대해 『길게 끌어서 좋을게 뭐있느냐』며 『주말까지 조사를 끝내고 내주초에는 결론을 내야할 것』이라고 속결방침을 시사했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강경방침을 세워놓고도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다소 곤혹스러워하는 인상이다. 한 관계자는 『의원직을 사퇴할만한 「죄질」이라도 당사자가 사퇴권유에 불응한채 버티면 선출직을 강제사퇴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상오 박관용 비서실장 주재로 주돈식 정무 김영수 민정 이경재 공보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책회의에서도 이런 문제가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어떤 관계자는 『사퇴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 카드를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례를 보아도 의원들은 감옥에 가더라도 배지를 가지고 가려하지 않느냐』고까지 말했다.
그만큼 사퇴관철이 어렵다는 얘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여권이 수위조절에 고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청와대측은 민자당을 통해 비리정도가 심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사퇴를 강력히 종용하되 불응하면 제명(출당조치)시킬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사법처리 역시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여론으로 보아서는 한두명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하고 청와대도 대체적으로 이에 수긍하고 있지만 범법사실을 확정지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관련,한 고위관계자는 『문제의원에 대한 조치대상 범위나 조치의 정도가 모두 여론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청와대가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게 또 하나 있다. 앞으로 여론이 도대체 고위공직자외에 어느 범위까지 재산공개를 요구할 것이냐는 점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앞으로 있을 차관급 공개외에는 더 이상의 계획이 없다』며 『우선 공직자윤리법을 개정,보완해 공개범위와 기준을 정하는게 급선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사법부에서도 지방법원장 이상의 재산공개 움직임이 있고 여기에다 주 정무수석은 지난 24일 『준공직자도 재산공개를 해야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혀 예민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준공직자의 개념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재산등록 대상으로 규정된 3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부터 시작해 정부투자기관장·국립대학 총학장 등은 어차피 공직자로서 법개정 이전에 재산공개를 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오히려 준공직자라면 각계의 사회지도층 인사를 지칭하는 말일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 자체가 공직자윤리법이므로 법을 개정하더라도 사회지도층 인사 등 준공직자가 공개대상이 될 수는 없다』면서 『더구나 법개정 이전에 현재의 분위기가 연장된다해도 이들에게 재산공개를 권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사회 일각의 전직 대통령 재산공개 문제에 대해선 이를 원치않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이 관계자는 『과거지사를 들추지 않겠다는게 김 대통령의 기본입장』이라며 『재산공개는 본인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청와대가 간여하지 않을 뜻을 시사.
▷민자당◁
○…민자당은 25일에도 연일 재산공개 태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민자당은 재산공개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파문이 진정되기는 커녕 소속의원들의 재산공개 내역과 관련한 계속된 의혹제기와 이에 대한 강경여론이 증폭되는 등 사태가 확산일로를 치닫자 당차원의 「문제의원」 처리방향과 대상설정에 새삼 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당내에서는 물의를 빚은 비리관련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직과 당직사퇴 수준을 넘어 의원직 사퇴와 심지어 사법처리의 불가피성까지 대두되는 등 강성기류가 서서히 대세를 잡아가고 있다.
○…민자당은 전날 「재산공개 진상파악 특위」를 구성,가동한데 이어 이날도 최형우 사무총장과 특위 관계자들이 연쇄 구수회의를 갖고 징계문제를 논의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
최 총장은 출근직후 권해옥 특위 위원장과 조부영부총장을 불러 전날 회의결과를 보고받은뒤 곧바로 김종필대표실로 들어가 한동안 밀담을 나눴는데 이 자리에서는 조치대상 의원들의 범위와 처리방향 등과 관련한 청와대측의 「감」이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
최 총장은 이어 권 위원장을 비롯한 특위 위원들을 일일이 호출해 모종의 지시를 내리는 등 바쁜 행보.
이에 앞서 최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특위를 구성해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철저한」 진상파악을 강조.
○…당내에서는 과연 재산공개 파문과 관련한 징계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 것인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
현재 일단 조사대상으로 지목되는 의원은 대략 20명선.
이들은 대부분 부동산투기나 재산 고의누락 혐의로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로 재산공개 결과에 대한 여론악화에 따라 그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
이 가운데 이미 국회의장직 사퇴의사를 표명한 박준규의장 유학성의원과 부동산투기로 여론의 집중 화살을 맞고 있는 김문기의원 등 3명은 의원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게 중론. 특히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는 물론 사법처리대상이 될 것이라는게 정설.
김 의원은 이날 하오 『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수용하겠다』며 사실상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표명은 국민의 공분이 일정수위를 넘었고 청와대와 당의 입장이 「처리불가피」로 굳어졌음을 뒤늦게 감지한 때문으로 풀이. 당관계자도 『김 의원 등 3명에 대한 극약처방은 대세』라고 단언.
여기에 전국구의 L·K 의원 등이 추가대상자로 거명되고 있는데 결국 「여론」이 마지막 잣대가 될 것이라는게 지배적 관측.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당내부의 시각일뿐 과연 이정도 선에서 국민감정이 무마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
○…재산공개 진상파악 특위는 전날밤 극비 심야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날 하오부터는 시내 모호텔에서 철야 실사작업을 진행.
특위는 다음주초까지 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아래 우선 전 소속의원의 문제행위여부를 스크린한뒤 해당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조사로 펼 계획.
특위는 실사대상과 관련,『아직 구체적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일단 언론에 거명된 인사들이 우선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
그러나 당일각에서는 특위가 이미 청와대가 안기부·국세청 등으로부터 대상자 리스트를 넘겨받았다는 관측도 대두.
이같은 시각은 특위가 이번 사태와 관련된 당안팎의 제반여건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결국 실사보다는 사태해결 과정에서 당의 「역할」을 대외적으로 각인시키고 일부 의원들의 자진 입장표명을 위해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특위의 본질적인 기능이 아니냐는 견해가 우세.
○…재산공개 파문수습의 주역이 된 최 총장과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유학성의원은 5공초에는 지금과 정반대의 입장이어서 정치무상을 새삼 실감.
한 의원은 이날 『80년 신군부가 최 총장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3천7백만원이라는 「축재액수」까지 발표할 당시 유 의원은 안기부장에 재직했다』고 두사람의 기록을 설명.<최규식·유성식기자>최규식·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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