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안 언급없어 효과 미지수/보수파 자극… 결속 계기될수도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3일 취임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클린턴의 지원사격이 보수세력을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옐친에게 얼마나 큰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지난 1991년 9월 공산당 과격파에 의한 군사쿠데타 기도때 옐친을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그의 정치적 입지를 굳혀 미·러시아관계를 우방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던 적이 있다. 그로부터 1년반이 지난 지금 옐친이 국내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강력한 재도전을 당하게 되자 미국은 또다시 옐친 지지라는 정치게임에 나서게 된 셈이다.
그러나 클린턴이 이날 「첫 공식기자회견」이라는 화려한 명칭을 붙여 가진 회견에서 표명한 옐친 지지가 과연 지난 91년 때와 마찬가지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첫째,러시아인들은 이미 미국 등의 말에 더이상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91년 당시 서방선진국들은 러시아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무려 6백억달러를 원조하자는 등의 화려한 지원계획을 논의했었다. 그러나 옐친 등장이후 서방측은 『먼저 시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전폭적인 지원을 미뤄왔다.
클린턴의 이번 지지발표에서도 옐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러시아 지원문제를 놓고 옐친과 긴밀한 접촉을 해오고 있었다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클린턴은 옐친과 최근 대화를 주고받은 일이 없으며 옐친의 서한에 한번 답장을 보낸 것과 옐친의 모친상에 위로전문을 보낸 것이 접촉의 전부라고 말했다.
둘째,옐친이 현재 러시아에서 받고 있는 도전이 1991년 군부쿠데타 당시와는 달리 의회와 최고법원의 연합전선에 의해 구축된 전국적 조직망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 공산보수주의자들은 옐친을 「국가를 서방에 팔아먹는 반역자」라고 규탄하며 오는 4월25일로 발표된 옐친의 국민투표 실시계획을 위헌으로 규정하면서 국민적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셋째,고르바초프의 그림자가 옐친을 가리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파들은 옐친이 아니라도 만일의 경우 고르바초프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이것 역시 옐친의 입장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모스크바의 서방관측통들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고르바초프의 인기가 형편없이 저조하다는 점을 들어서 그의 재등장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현재 상황은 좀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고르바초프의 재기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만도 없다.
아무튼 클린턴은 23일 옐친지지를 공언함으로써 취임후 처음 본격적인 외교문제에 도전해본 셈이다. 그러나 알맹이가 빠진 옐친 지지선언은 오히려 옐친의 반대파만 결속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러시아 헌재 판결요지
【모스크바 AP=연합】 다음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비상통치선언에 대한 러시아 헌법재판소 판결의 주요 내용이다.
▲옐친 대통령은 1인통치를 선포할 권리가 없다.
▲옐친 대통령이 포고령을 발동하면서 의회가 이를 취소할 수 없게 한 것은 잘못이다.
▲옐친 대통령은 지방정부의 장들에 대한 직할통치를 선포할 수 없 으며 그의 사전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만 해임될 수 있다는 주장 은 잘못이다. 이같은 권한은 지방의회의 고유권한이다.
▲대통령은 신헌법 채택과 최고회의 구성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없다. 의회만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투표 호소는 합법적이다. 그러나 대통 령은 국민투표 형식을 통해 최고통치권의 소재가 대통령과 최고회 의중 어디에 있는지 결정할 수는 없다.
▲옐친 대통령은 비합법적으로 선언한 국민투표를 통해 신임여부를 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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