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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불신·도덕성 시비 비등/「민자 재산공개」 정·관가 큰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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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불신·도덕성 시비 비등/「민자 재산공개」 정·관가 큰파문

입력
199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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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당황속 “본뜻 이게 아닌데”/민자/허구성 맹공… 전면 백지화 요구/민주/“투기·탈세여부 실사를”… 「윗물맑기」 설득력 상실 우려/관가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가 정치권은 물론 사회전반에 엄청난 파문의 회오리를 몰고 오고 있다. 재산공개의 취지는 뒷전으로 밀린채 재산취득 경위와 신고의 성실성 등이 전면으로 부각되며 사회지도층에 대한 도덕성 시비를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민자◁

민자당은 재산공개가 정치권을 부패의 진원지로 지목해온 국민감정에 불을 댕겨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당황해하고 있다. 민자당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은 빗발치듯 계속되는 비난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원들에게는 의원 사무실과 지구당사로 비난전화가 쇄도했고 여의도 당사 1층의 민원실에는 벌써 『어떤 의원은 수십억대의 부동산을 재산명세에서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등의 제보가 날아들고 있다.

현재 일반여론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부류는 실제로 재산총액이 많거나 공개내용보다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던 의원들이라는게 당실무관계자들의 전언. 즉 많으면 많은대로 치부과정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공개액이 「예상」보다 적었을 경우는 성실성 문제를 따지고 나선다는 설명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재산공개이후 지역 유권자로부터 『그렇게 재산이 많을 줄은 몰랐다. 다음 총선 때는 당신을 찍지 않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을 시가보다 형편없이 낮게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에게는 『내가 그 가격의 2배를 줄테니 당장 팔아라』라는 등의 조롱섞인 전화도 왔다는 후문이다.

당내에는 일부 의원들의 공개 누락 또는 축소조작으로 인해 재산공개의 기본의미가 퇴색되고 나아가 당이미지가 실추되는 결과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소수의원들의 「눈가리고 아웅식」 처세 때문에 나머지 다수의원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당내서조차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의원들은 서울의 L·S의원,강원의 K의원,경북의 Y·L의원,그리고 전국구의 K·L의원 등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김영삼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여론을 의식,밖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이번 재산공개 자체와 결과에 대해 불만과 회의를 품고 있는 측도 없지 않다.

이들은 『재산공개 결과 과연 민자당이 얻은게 무엇이냐』면서 『지금이 혁명적 상황도 아닌데 이유없이 서두르다 의원들의 입장만 난처해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 야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든 물고 늘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차기선거 등에서 유리할게 전혀 없다는 시각이다. 한걸음 더나아가 이들 부류는 이번 재산공개가 현 여권핵심부의 정치판 물갈이 또는 정계개편 시도를 위한 매개체가 될 가능성에 내심 유의하고 있는 눈치다.

민자당은 특히 일부 의원들의 부동산 과다보유와 명백한 축소공개에 비난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이에 대한 내사요구가 고개를 들자 마땅한 대책을 마련치 못한채 크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자당은 이번 재산공개 자체의 역사적·정치적 의미와 효과가 유실돼가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강재섭대변인 『재산내역에 대한 흥미위주의 관심보다는 앞으로 공직근무중의 재산변동 상황에 대한 국민적 감시기능 확보라는 측면에서 평가해주기 바란다』고 애써 주문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호소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다른 당직자도 『여당 의원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재산을 일괄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문화발전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주장한뒤 『물론 이번 공개결과에 다소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공개이후 재산증식 여부에 대한 실사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의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민주당은 재산공개가 진실성이 전혀없는 즉흥적인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새정부 출범이후 모처럼 대여공세의 호재를 찾았다는 표정이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고 제도적 법적기준도 없는 상태에서의 재산공개는 허구적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

민주당은 이에 따라 이번 재산공개를 김영삼정권의 개혁허구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공세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법적기준에 근거한 성실하고 깨끗한 재산공개를 통해 정부 여당과 분명한 차이점을 보여 뒤늦은 출발을 만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재산공개제도 개선위원회」를 구성,공청회를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한후 법안을 만들고 이와 때를 같이해 이 법안의 기준에 따라 재산공개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당의 복안은 소속의원들의 재산공개 역시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를 염려한 나머지 시간벌기를 노린 것이라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

이와관련,민주당내 개혁그룹인 「민주정치개혁모임」은 23일 상임운영위를 열어 당지도부의 재산공개 지연의혹을 거론하며 조속한 공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만일 이달말까지 재산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모임 소속의원 12명만이라도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의원들중에서도 「상당한」 재력가들이 있으며 이들은 불가피한 재산공개를 앞두고 고민도 없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전국구 의원중 「학원재벌」 신진욱의원,광주에 호텔을 가진 김옥천의원,영화사 대표인 국종남의원,청기와예식장을 소유한 김충현의원 등이 관심의 대상.

또 지역구 출신중에서도 이경재 김봉호 김인곤 황의성의원 등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관가◁

○…정부종합청사 주변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투기 및 탈세여부 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부동산 산출규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진공개」 방식만 강조한 나머지 국민들에게 불신만 안겨주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행정부에서 정치권으로 넘어갔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의지와 「윗물맑기운동」 취지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경제기획원 재무 상공자원 농림수산 건설부 등 경제부처들은 한결같이 『재산규모를 보니 투기를 막기위한 토지공개념과 과표현실화,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한 금융실명제에 왜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결사코 반대했는지가 비로소 명료해진다』는 반응들.

토지공개념법 마련에 직접 참여했던 한 사무관은 『추진 당시 일부 의원들이 의정단상에서는 공개념 도입을 큰목소리고 외치면서도 개별적으론 반대로비를 해 문제가 위쪽에 있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사실로 확인됐다』며 『김영삼대통령이 문제해결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다』고 국회의원 재산공개 조치를 높이 평가.

재무부의 한 과장은 『의원들이 장관들을 살렸다』며 이번 일이 워낙 커 지난번 장관들의 재산공개 파문이 별게 아닌 것으로 쑥 들어가게됐다고 지적.

지난번 문제성있는 재산소유로 허재영장관이 물러난 건설부의 직원들은 『허 장관이 이번에 함께 끼었으면 등외로 밀려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검찰과 경찰은 민자의원들의 재산공개 결과 투기의혹 등 각종 탈법사실이 드러나고 특히 고위 내무관료 출신 의원들의 축재과정에 의심의 눈길이 집중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검찰은 특히 야당과 재야단체 등에서 고위공직자들이 공개한 재산에 대해 실사해 고소·고발해오더라도 관련법규를 적용해서 사법처리하는데는 공소시효문제 등 법률적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칫 파문이 수사기관으로 미칠 가능성을 우려.

그러나 재야법조계 일부에서는 『명백하게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재산을 모은 인사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

○…군관계자들은 정치경력과 돈과의 비례관계를 여실히 입증한 것이라고 이구동성.

군관계자들은 『이번 재산공개로 오히려 정치불신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만 커지게 한 것 아니냐』며 대부분의 의원들이 실제보다 훨씬 적게 공개한 것을 놓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며 비아냥.

군고위장성 출신들의 재산이 비교적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 대다수는 『이들이 군에 몸담고 있을 때 「정치군인」으로서 요직을 거쳤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비판과 함께 『군을 떠나 정치에 입문하면서 때가 묻은 것』이라는 일부 동정론도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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