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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통치 위헌판결 파장(러시아 어디로 가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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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통치 위헌판결 파장(러시아 어디로 가나:3)

입력
199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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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 “내전”/「친반옐친세력」 제갈길 줄달음/타협소지 희미… 군향배가 뇌관/유고사태 능가 무정부상태 가능성도러시아 헌법재판소가 23일 옐친 대통령의 「비상통치」를 위헌으로 판결함에 따라 러시아 정국은 예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란 대부분의 러시아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내전발발」이다.

옐친의 개혁파 진영은 물론 하스불라토프의 보수파,루츠코이 부통령도 내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루지야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셰바르드나제 전 소련 외무장관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최악의 경우 유고사태를 능가하는 내전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바 있다.

내전발발의 시나리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시작된다. 헌법재판소가 옐친의 비상통치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리고 인민대표대회는 이를 근거로 옐친 대통령을 탄핵한다. 그러나 옐친은 비상통치를 내세워 이를 무시할게 분명하다.

그럴경우 옐친이나 의회는 각기 제갈길을 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권력의 공백에 직면하게 된다.

어느 한쪽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다른 일방도 대항키 위해 무력으로 맞설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쌍방간의 충돌은 러시아연방 전체를 혼란과 무정부 상태로 빠뜨릴 것은 명약관화하다.

벌씨 이같은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론의 분열이다. 모스크바시에서는 이미 친옐친과 반옐친으로 나뉘어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상트페테부르크 등 주요도시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각 자치공화국과 지방정부도 보혁으로 갈라서 있다. 군부도 엄정중립을 선언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간단치 않다. 사회 각계층도 상반되는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국론분열은 흑백논리의 양태를 띠게 된다. 동지가 아니면 적이라는 생각이다. 상치되는 주장을 중재해줄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극한대립은 결국 파국에 이르는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의 권력진공상태는 서쪽의 칼리닌그라드에서 우랄지방을 거쳐 태평양의 사할린까지 11시간의 시간대에 걸쳐있는 광활한 러시아 영토가 지역별로 분할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느슨한 중앙의 통제는 1백50개의 다민족국가인 러시아연방의 결속을 와해시킬 수 있다.

이미 타타르와 체첸 등 자치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했으며 16개 자치공화국,5개 자치주,10개 자치구,6개 지방,49개주로 구분된 지방정부가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옐친이 비상체제를 선언하면서 「제2의 10월혁명」 가능성을 경고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 1917년 볼셰비키혁명 전야와 매우 흡사한 상황에 놓여있다.

10월혁명이 일어나기전 제정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와 「두마」(의회)는 끝없는 권력투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생활은 곤궁해질대로 곤궁해졌으며 결국 혁명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국민들은 정치판의 권력투쟁에 염증을 느꼈으며 더이상 경제적 어려움을 참을 수 없었다.

볼셰비키혁명으로 차르는 체포됐고 두마는 해산됐다. 러시아의 현 정세가 다른 점이 있다면 차르는 보수파를 대변했고 두마는 개혁파였던 것이다.

니콜라이 2세는 두마의 개혁입법을 항상 반대했으며 두마는 니콜라이 2세를 경원했다.

국민이 봉기한 이후 차르체제가 무너지자 일종의 무정부상태가 됐으며 이름을 이용,레닌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적군과 백군으로 분열돼 상당기간 내전을 겪어야만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옐친 대통령과 의회의 대결은 이미 타협의 선을 넘은지 오래다.

물론 양측이 곧바로 무력충돌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의회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내세우더라도 실질적인 힘이 없다. 군통수권자는 명백히 대통령이고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관계장관,즉 국방·보안·내무장관이 이미 옐친 지지를 선언했다.

의회는 대안으로 각 지방정부에 포진하고 있는 자파세력을 동원,옐친의 권위에 도전할게 분명하다. 옐친이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일선 지방행정기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의회는 이를 차단,국민투표가 실시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카렐리아 자치공화국 투바,바시코르코스 자치주 등이 옐친의 비상통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의회가 영향력을 발휘할 경우 일부지방에서 국민투표는 실시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옐친은 국민투표 실시를 앞두고 이러한 조짐이 나타날 경우 국민투표 감독관 파견이나 일부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권력을 투입,사태수습을 노릴 것이다.

이는 결국 보혁간의 무력대결을 의미한다. 최근 유고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전투구의 현상이 초래될 것이다.

많은 사가들은 니콜라이 2세와 두마가 협력했다면 러시아는 공산주의체제를 겪지 않고 영국이나 덴마크 같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바 있다.

러시아의 지식인들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미 소연방의 해체이후 각 공화국들은 서로 전쟁을 벌이거나 내전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러시아의 혼란과 무정부상태가 계속된다면 냉전체제 이후의 세계평화 무드는 일순간에 깨질 것이다.

세계는 이 순간 역사의 재현을 우려하면서 과연 러시아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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