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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회의장/이재승 논설의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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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회의장/이재승 논설의원(메아리)

입력
199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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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회의장이면 다 같은 국회의장이 아니다. 국회의 권능과 역할이 한국과 미국은 하늘과 땅만큼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국회의장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그러나 미국 국회의원들이 맨발 벗고 뛰어도 도저히 한국 국회의원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가 있다. 부의 축적이다.

89년 6월1일 미 워싱턴 DC 하원 본회의장에서다. 짐 라이트 하원의장(67세)은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자리를 꽉 메운데서 『…나는 이 악의의 계절에 여러분이 나에게 준 자리(의장직)를 반환하겠다. 후임자가 선출되는대로 의장직을 사임할 것이며 6월말 이전에 의원직도 사퇴하겠다』고 했다.

미 헌법상 대통령 승계 제2위이며 사실상 민주당의 제1인자인 짐 라이트 하원의장은 이 고별사를 남기고 자신의 생애의 절반이상(34년)을 보냈던 하원을 떠났다. 머리에 바싹 붙여 빗어놓은 강회색의 윤기있는 모발,냉기 돌게 하는 새파란 눈,티하나 묻지 않은 빳빳한 양복 등 고희를 눈앞에 둔 노정객은 찬서릿발 같은 외모처럼 성격도 차고 면도칼이었다. 그는 실수를 허용치 않을 이성의 화신처럼 보였다. 미 하원의 전설같은 인물의 하나인 그가 불명예 퇴진케된 것은 금전비리 스캔들이었다.

미 하원윤리위원회는 그의 사임 2개월전쯤인 4월에 『라이트 위원이 5건 69회에 걸쳐 공직자윤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믿어지는 이유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라이트 의장은 『알고서는 범법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혐의내용에 승복하지 않았으나 그의 유죄여부를 가리게되는 하원윤리위원회의 징계 청문회에 서는 것 보다는 사퇴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원윤리위가 발표한 주요 혐의중 핵심인 것은 두가지 사안이다. 하나는 라이트 의장의 부인 베티 라이트여사가 그의 남편이 공동출자한 회사에 취업,10년동안에 받은 보수는 승용차와 콘도미니엄을 싼 값에 이용한 것까지 합쳐 14만5천달러(1억1천6백만원)에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원윤리위는 베티여사가 받은 보수를 『증여성 급료』라고 본데 대해 라이트 의장은 자신의 부인이 직접 문서를 작성하는 등 정말로 일을 했다고 주장,『정당한 대가』라고 맞섰다. 다른 하나는 라이트 의장이 단체,학교 등에서 연설해주고 강연료를 받는 대신 그의 자서전 「공인의 소고」(REFLECTION OF A PUBLIC MIND)를 무더기 판매,인세수입을 올리는 형식으로 수입을 올려,강연료가 면세한도(세비의 3분의 1)를 넘지 않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됐던 책판매수입은 5만5천달러(4천4백만원)이었다. 당시 본인이나 토머스 폴리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현 의장)는 『명료하고 확신을 주는 증거』를 기준으로 한다면 『라이트 의장은 무죄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의 압력과 사법당국의 형사사건화 기미를 보이자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했다. 그의 자퇴로 미 의회는 『미국정신의 최후의 보루는 역시 의회다』라는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

한국의 박준규 국회의장은 지난 22일의 재산공개에서 일가족이 경기 여주,대구 수성구,서울 종로,서울 송파,경북 달성 등지에 모두 21만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이 부동산들을 포함,재산총액이 41억8천4백만원이 되는 것으로 신고했다. 동업 D일보는 내무부의 92년도 종합토지세 과세자료를 근거로 하여 박 의장 일가가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일대에만 총 50필지 14만1천평의 땅을 56년부터 87년까지 31년동안 최소 20차례 이상에 걸쳐 집중 매입해왔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아들이 성인이 되기전에도 그의 이름으로 상당한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장이 땅 「투기」를 했다는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에 노블리스 오블리제(지도층의 사회적 도덕성)가 없다는 또 하나의 표본이라 하겠다. 한·미간의 격차는 영원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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