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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덕성으로 「개혁」될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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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덕성으로 「개혁」될까(사설)

입력
199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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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은 과연 개혁정당임을 내놓고 자임할만 한가. 민자당이 개혁동참의 비장한 각오마저 담아 시행한 첫 재산공개가 이처럼 파란과 경악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도대체 어찌된 노릇인가. 신문에 보도된 재산공개 내역을 보는 국민들은 지금 극심한 박탈감을 주체하기가 힘들다. 우리 사회의 뿌리가 흔들리는듯한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이같은 국민적 박탈감과 위기감의 이유는 분명하다. 상상이상의 축재규모도 문제이려니와 투기와 부정한 방법으로 이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어두운 축재과정이 너무나 선명히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드물게 청빈한 의원들과 분수껏 살아온 정치 지도자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일부 당정지도층 인사들의 짐작하기도 힘든 검은 속을 낱낱이 목격함으로써 받는 충격은 엄청난 지각변동에 비견될만한 것이다.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의원이 전국 방방곡곡에 70여만평의 땅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사뒀고,개혁국회의 대표가 자식의 이름으로 70여채의 집을 지어 집장사와 임대업을 했으며 시중의 투기꾼수법과 뭣이 다르랴는 생각마저 든다. 또 반평생을 박봉의 군인이나 공직자로 살아온 경력의 의원들이 무슨 재주로 그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는지 납득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의혹과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당정지도자와 정치인들의 재산이 이처럼 여지없이 드러나 언론을 통해서이지만 국민의 이름으로 그 재산가치들을 사실상 검증하고 따져 볼 수 있다는 점은 그래도 다행스럽고,그런 의미에서 재산공개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만 하다. 아니나 다를까,공개 하룻만에 터져나오기 시작한 일부의원들의 감추고 속이고 줄인 내역의 폭로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백억원짜리 땅을 수십억으로,10몇억짜리 집을 1∼2억으로 줄여 신고하거나 큰 덩치의 재산을 눈 딱감고 누락시킨 경우 등의 반발사태 앞에서 지금 국민들의 심경은 참담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기준이 멋대로인 재산공개방식 자체에 대한 불신감뿐 아니라 정치인들의 도덕성 자체에 심한 절망감을 느낀다. 축재규모나 과정은 일단 덮어둔다해도 이 마당에 와서까지 거짓을 일삼아서야 어떻게 민의를 대변하고 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준엄하게 묻게 되는 것이다.

국가지도자나 정부·여당은 이같은 국민들의 심한 박탈감과 증폭되는 의혹에 분명히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오늘과 같은 파란을 야기시킨 주먹구구식 재산공개 방식을 언제까지 어떻게 제대로 고치겠으며,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일부 정치인의 축재과정에 대해 지체없이 실사와 세금추징 등 법에 있는 응분의 조치를 다하겠는지를 밝혀야 한다.

또 지탄대상에 오른 일부 인사들도 시간을 벌어 이번 파동을 넘길 생각에 앞서 자신의 거취에 결단을 내려야 마땅하다. 이미 도덕적으로 설 땅이 무너졌는데 이제와서 더 망설일 여유도 명분도 없지 않겠는가.

결과적으로 이번 재산공개 파문은 많은 교훈을 남긴다. 지도층의 쇄신없이 총체적 부정의 사슬은 깨질 수 없고,자기 뼈를 깎는 아픔없이는 개혁도 주저앉을 수 있음을 거듭 경고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허허로운 가슴을 채워줄 단안과 결단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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