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아날때까지 고통분담 불가피”22일 확정된 신경제 1백일 계획은 줄잡아 수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퍼붓는 메가톤급 경기부양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통화관리의 고삐는 거의 완전히 풀릴 것으로 추정된다. 통화공급 방향과 관련,지금까지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지켜온 당국의 발표문에도 「금융 완화」라는 이례적인 표현이 포함될 정도다.
돈이 풀리면 물가상승 부담이 커진다는 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입장이 아니라도 상당한 정도의 물가불안이 예상될 수 밖에 없다.
이번조치를 입안한 당국도 물가우려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봉급동결 등 정부가 솔선할 테니 기업과 근로자 농민은 상품 및 서비스가격 동결,임금인상 자제,추곡수매가 인상자제,근검절약 등으로 고통분담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다시말해 일단 돈을 기업에 몰아 주겠으니 침체된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국민들이 내몫찾기를 자제,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번 1백일계획 실시에 따른 지원효과는 엄청나다. 금융 재정부문의 직접적인 자금지원 규모가 3조8천2백억원,이번주중 금리 추가인하로 1조∼2조여원의 기업금융비용 경감,예산조기 집행에 따른 6조여원 규모(전년대비)의 수요진작,2조8천억여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금융대출 보증규모 확대 등이 포함됐다.
정부관계자는 이번 조치의 방향에 대해 『무엇보다 극도로 쇠약해진 기업의욕을 살리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가능한 지원수단을 거의 남김없이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행정규제 완화만 하더라도 액면 그대로 시행되면 기업 활력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터인데 수조원의 자금지원으로 강력한 경기 부양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니 기업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인 상황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이번 계획의 목표가 『신경제 건설의 성패가 첫 1백일에 결정된다는 인식아래 분위기를 일신,경제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선 『신경제 1백일 계획은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해 냉정한 진단없이 막연히 성장률이 3%에 못 미치는 침체상황이라고 단정,지나치게 경기부양만 강조한 느낌』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로 이번 1백일 계획에는 일반적인 경제정책 발표때와는 달리 우리 경제의 현 상황과 향후 전망에 관한 분석은 전혀 제시돼 있지 않다.
세부계획 입안과정에서도 통계청이나 한은 등 실물경제동향 조사전문기관에 경기상황에 관한 판단을 의뢰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입안과정에서 일부 부처관계자들이 『과잉 처방가능성이 있다』며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자 『개혁의지가 부족하다』는 면박 한마디로 침묵이 강요된 적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현재 공직사회뿐 아니라 금융기관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면 기업의욕 제고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퍼붓는 1백일 계획을 밝혔다.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사정분위기와 대대적인 경기부양이라는 「채찍」과 「당근」이 동시에 주어진 셈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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