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란체스카여사의 유품전이 3월19일 그의 1주기를 맞아 서울 동숭동 이화장에서 열리고 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박사의 아내였던 그가 생전에쓰던 유품들은 우리의 윗세대가 물질에 대해 품었던 깊은 외경심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물질앞에서 인간이 갖는 겸손한 마음,그것은 단지 절약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당치 않다.꼼꼼한 감침질로 여러군데를 기운 속옷과 담요,여기저기 고쳐서 34년이나 입었다는 국산 모직으로 만든 회색 투피스,30년간 곱게 사용한 협립양산,40년간 아껴 입고 며느리에게 물려준 검정예복,사진을 바꿔 붙이며 핸드백에 넣고 다니던 1917년에 산 작은 앨범,경무대시절 부인회가 선물했던 빛바랜 비단방석,남편이 망명지 미국에서 독립운동 문서를 찍던 타이프라이터,종이상자를 포개 만든 옷장… 그의 유품들은 그의 남편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1950년대의 궁핍했던 나라살림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가 발전하여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왔어도 그 대통령부인은 남편시대의 미덕근검절약과 국산품애용을 평생 실천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품전은 또 고전적인 부부애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33세의 오스트리아 여성 프란체스카 도나는 1934년 망명한 독립운동가이던 58세의 이 박사와 뉴욕에서 결혼했으며,이 박사가 65년 7월19일 하와이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영욕이 교차했던 31년동안 극진한 사랑으로 남편을 보살폈다. 대통령은 아내가 기워준 양말과 바지를 입었고,경무대 뜰에서 아내와 술래잡기놀이를 했으며,결혼기념일이나 아내의 생일에는 한시를 지어 선물했다. 유품전은 금실좋던 노부부의 사랑을 곳곳에 담아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한다.
프란체스카여사의 근검절약에 대한 집착은 남편사랑에서 나왔다. 외화가 아쉬워 달러 한푼도 아끼던 남편,전쟁의 굶주림과 식수난과 전력난을 걱정하던 대통령 남편을 그는 잊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가뭄이 들때면 목욕조차 삼갔고,선물받은 에어컨을 전기가 많이 든다고 돌려보냈고,에어컨 대신 보내준 선풍기도 여름내내 겨우 몇번을 사용할 정도였다. 그는 국가경제가 어렵던 시절의 대통령 아내로서 한시도 그 본분을 잊지 않고 살았다.
그는 외국여성이었고,우리말을 제대로 못하는 대통령부인이었기 때문에 생전에 국민의 폭넓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유품들은 이 시대에 실종된 물질에 대한 외경심과 공직자의 바른자세를 일깨워준다. 인간은 돈을 버는 만큼 한없이 소유하고 소비해도 좋은가. 대통령부인이 손수 바늘을 들고 노닥노닥 기워 입은 옷들은 우리들 모두에게,특히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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