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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첫단추/이문희(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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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첫단추/이문희(화요칼럼)

입력
1993.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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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학실히」 한시대의 장이 바뀌고 있음을 본다. 마치 시계의 시침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 같다. 변화,변화했는데 막상 이렇게 닥치고 보니 당황하게도 되고 벅차기도 하다. 감당해낼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광범한 국민적 공감을 일으켰던 일이 일찍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막 시작한 이 대업에 우리가 지녀야할 자세는 너무나 자명하다. 초지가 훼손되지 않고 끈질기게 개혁이 수행되어 부패에 찌든 이 세상의 모양을 좀 바꿔놔야겠다는 것이다.○말많은 재산공개

지난 한달 숱한 개혁 프로그램들이 나왔다. 재산공개도 그 중요한 것의 하나다. 그런데 이 재산공개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기세좋게 나가던 프로그램의 진행이 여기와선 멈칫 서있는 느낌이다. 서있다기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여기서 떠날 줄을 모른다. 전에 없던 일이니 신기하도 하고 「아 이 사람이 이랬었구나」하는 호기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납득할 수 없는 구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들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것은 단연 부패척결이다. 그는 스스로 「단 1원의 정치헌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지금 일련의 개혁프로그램도 여기서 발원되고 있다.

재산공개가 이 부패척결의 사활적 요소임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요긴한 부분에서 매우 어물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화제를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화제의 으뜸은 공개액수들이 어딘가 꿰어 맞춘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통령 17억,총리 24억으로 나온후 각료들의 것은 약속이나 한듯 10억 전후에 집합해있다. 의원들의 것은 폭은 훨씬 다양하지만 이런 의혹은 한층 더하다.

제대로 공개가 됐느냐와 액수가 많으냐 적으냐,정당한 재산이냐 아니냐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많고 적음은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정당한지 안한지는 지금까지 어떤 자세로 살아왔는가 하는 처신의 문제다. 모두 다 「과거」라고 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신고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는 다르다. 지금의 문제이고 새정부 개혁의지의 진지성,정직성과 직결되는 일이다. 고로 이것은 어물쩍 넘어갈 수도,넘겨서도 안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신력있는 기관에 의한 실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들은 바로 이 때문에 타당성을 지닌다. 실사뿐 아니라 재산공개를 제도로서 성공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보완적인 필요하다. 그 내용과 절차도 좀더 정형화시킬 필요가 있다.

혹 「법도 없는데 재산을 공개한 것만도 어디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면 안되듯이 이것을 이대로 방치하고 넘어가면 재산공개라는 부패척결의 요체가 제도로서 정착하는데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편법,둘러대기,법망 피해가기에 도사급인 우리 사회가 재산공개라는 새제도를 어떻게 소화해 또다시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 낼까하는 것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형편인 것이다.

재산공개가 있은후 만난 어느 유럽의 외교관은 정색을 하고 그 액수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나라의 형편과 열심히 환율까지 들어 계산을 하며 어떻게 평생 봉급생활만을 해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재산을 가질 수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시작이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외교관과는 다른 시각에서 놀랐던 것은 우리들,우리의 지도층들이 그 규모나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뿐 지난날을 살아온 방식이 한결같았다는데 있을 것이다. 단 한두명이라도,어느 한분야에서만이라도 예외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놀라움보다는 크나큰 실망이었다.

일부 공직자에 대한 인사저항과 재산공개후의 반향 등을 보며 우리가 개혁시대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는 공직에 뜻을 두려면 책상머리에 「미래의 대통령」이라고 써붙이는 것만으로 될때가 아니라 자신의 기록을 어느 때라도 공개할 수 있게 엄정히 관리해야하는 품을 더 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준비가 안되었으면 기꺼이 공직을 사양할줄도 알아야겠다. 처음에 있었던 난센스같은 인사소동은 그것이 반복될 경우 당사자의 손상이전에 정권 자체에 손상을 준다는 자각도 있어야겠다. 개혁이란 의지 못지않게 어떤 인물이 참여하는가가 중요하다면 인사는 그야말로 만사인 것이다.

문민정부라는 이름부터 차별화된 김영삼정부는 그 만큼의 기대도 걸려있고 부담도 있다. 대대적인 인사로 권력주변의 장면들도 일신됐다. 쉬지않고 발표되는 개혁프로그램들도 커다란 호응을 받고 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서두르지 않되 처음부터 그 방향을 올바르게 잡는 일이다. 시작을 더욱 탄탄히 챙겨야하고 재산공개도 결코 예외일 수가 없다. 경계해야할 일은 「전과 뭐가 달라」가 튀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편집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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