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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땅부자… 축재과정 “의문”/민자 「재산공개」 내역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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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땅부자… 축재과정 “의문”/민자 「재산공개」 내역보면

입력
1993.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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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이상 26명… “투기주역” 빈축/곳곳 축소흔적… “실사” 여론비등/15대 총선 대폭 「물갈이」 예상도김영삼대통령이 개혁조치의 하나로 강조해온 「청정정치」의 정신에 따라 22일 민자당 소속의원 및 당무위원 1백61명이 재산을 공개했다.

재산공개의 성실성 여부 등 부수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당 의원이 재산을 일괄 공개했다는 것은 일단 우리 정치사에 중요한 선례를 남기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 자신을 포함,각료와 청와대 수석비서관,그리고 여당 의원들이 재산공개를 끝냄으로써 여권세력 전체가 여론의 검증을 위한 발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0여년의 군사정권 기간동안 부정부패의 진원지중 하나로 국민의 의심을 받아왔던게 바로 여권내부였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번의 재산공개는 바로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재산공개와 더불어 제기되고 있는 정치적 관행과 제도의 개혁요구는 우리 정치판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의원들의 재산내역은 전체적으로 일반인의 예상보다 훨씬 많아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많다는 사실을 곧 죄악시하는 분위기도 문제가 있지만 의원들의 평균재산이 25억4천8백만원으로 청와대 비서진 5억5천만원,장관의 10억3천만원보다 상회한다는 점은 「정치권이 물이 좋다」는 통설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등록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해도 2백억원대의 재산가 2명을 포함해 1백억원을 넘는 재산을 가진 의원이 8명이며 30억원대 이상의 재산가가 26명이나 된다는 점은 어딘가 일반인들의 감각과 동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재력의원들의 재산내역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역시 부동산인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의 왜곡된 경제상을 보여줬다. 비록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라해도 수십필지에 달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의 분배구조가,잘못돼왔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계속적으로 부동산을 팔고 사는 일을 되풀이하는 전문적 투기꾼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는데 앞장서야할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붐에 의해 부를 축적했다는 대목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배엘리트들에 대한 도덕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나마도 의원들의 재산내역서를 살펴보면 액수줄이기에 급급한 흔적이 여러군데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해당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가격에 훨씬 못미치는게 대부분이어서 적게는 2∼3배,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부동산은 목록 자체에서 누락시킨 예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부동산에 비해 동산의 신고내역은 형편없이 적어 재산공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민자당은 재산공개에 따른 실사나 재산축적과정에 대한 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투명한 대목이 많아 앞으로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이나 월급생활을 해온 사람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으기 어려운 규모의 부를 갖고 있는 것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야당생활을 해온 민주계 인사보다 권력의 울타리속에서 살아온 민정·공화계에 재력가가 많고 초선의원보다는 다선급 중진의원이 대체로 재산이 많으며 또 관계 출신의원들중 상당한 재산가가 적지 않다는 점은 정치인의 재산축적 과정에 강한 도덕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재산형성과정도 밝혀 차제에 정상적 방법으로 모은 「정상적인 부」를 보호해주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산공개에 따른 문제점도 많아 앞으로 법적·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대목이 재산공개의 법적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시급한 일이라해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다.

이번에 민자당 의원들이 재산공개를 하게된 것이 당무회의에서의 「자율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 하지만 김영삼대통령이 갖는 사실상의 힘에 의해 강제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즉 통치자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진 재산공개이기 때문에 법적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정치권 일각에서 「문민독재」라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고 정치적 상황변화에 따라서는 일과성 재산공개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와함께 구체적인 공개대상,재산내역의 평가방법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만 모두가 똑같은 기준에 의해 현실감각에 맞는 재산공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동산의 등록문제와 관련,궁극적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지 않는한 얼마든지 이를 은닉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직자의 재산공개가 국민의 신뢰성을 얻기위해서는 금융실명제의 도입이 관건이 되고 있다.

이번의 재산공개가 숱한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3년여 남은 15대 총선 등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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