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비상조치 적법성 심판 중책/보혁 파국위기마다 수습 “해결사”발레리 드미트리비치 조르킨 러시아 헌법재판소장(50). 러시아의 첨예한 보혁대결로 타격을 입고 있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가할 인물이다.
러시아 최고회의(상설의회)는 21일 옐친 대통령의 비상조치령의 적법성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요청하는 반옐친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옐친 대통령이 20일 발표한 비상조치령의 위헌여부는 헌법재판소를 장악하고 있는 조르킨의 손으로 넘어갔다.
옐친과 하스불라토프간의 권력을 둘러싼 보혁대결에서 중립을 지켜오던 조르킨은 21일 알렉산데르 루츠코이 부통령과 함께 TV에 나와 『우리는 사실상 쿠데타에 직면하고 있다』며 옐친의 비상조치령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 옐친의 입지를 흔드는 위협적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대기만성형이다. 공산당시절 별 볼일 없는 법학자였지만 40대 후반이 돼서야 진가를 드러냈다. 지난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의회 보수세력이 생사를 건 충돌로 치달을 때 파국 직전에 이를 중재하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다.
조르킨의 중재는 옐친과 하스불라토프간의 극적인 화해를 유도했고 양측은 결국 4월11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에 합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르킨은 일약 러시아정국의 「해결사」로 부상했다.
50년전 러시아 극동의 한 군사기지 주변마을에서 구 소련 장성의 아들로 태어난 조르킨은 모스크바대학 법학과를 졸업한뒤 공산당에 가입한 전형적인 사회주의체제의 엘리트였다.
지난 90년 총선당시 후보로 나선 조르킨은 개혁파인 미하일 보차로프를 밀기 위해 후보를 사퇴했다. 조르킨은 지지로 당선된 보차로프는 옐친 대통령의 지시로 조르킨에게 헌법개정의 중책을 맡겼다. 1년뒤인 91년 군부 쿠데타가 발발하자 조르킨은 옐친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옐친이 집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국민투표가 정치적 혼란을 막기위한 미봉책이라고 비난한다. 초인플레,분리주의운동,정치불신 등이 팽배한 현 시점에서 국민투표는 너무 위험하다는 논리다.
러시아 헌법 121조 10항에 의하면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대통령선거 등을 위반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 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서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탄핵을 결정한다.
조르킨이 이끄는 헌재가 옐친의 비상조치를 위헌으로 판결하고,인민대표대회가 탄핵안을 결의할 경우 옐친에 대한 의회의 포위망은 급속도로 좁혀진다.<박희정기자>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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