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헌법개정·대통령 탄핵권 보유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비상통치선언은 그 근본원인을 추적해보면 국가권력구조가 모호한데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옐친은 구 소련시절 마련된 헌법상의 권력구분을 국민투표를 통해 명확히 하자는 입장이고 의회는 이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권력구조를 규정하는 최상위법인 현행 헌법은 지난 78년에 제정된 소위 브레즈네프 헌법이다.
이 헌법에 따르면 옐친 대통령과 권력투쟁을 벌이는 인민대표대회(입법부)가 국가최고권력기관이다(헌법 제104조). 인민대표대회는 헌법의 제정 및 개정권,국민투표 실시권,국내외 정책결정권,대통령 해임결의권 등을 갖고 있다.
이는 공산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때 민주절차라는 통과의례를 거치기 위해 의회에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 일당독재가 무너지고 의회가 본래기능을 되찾게 되면서 헌법상의 권한이 국가수반인 민선 대통령을 능가하는 불합리가 나타나 권력구분이 모호하게 됐다.
러시아의 대통령직은 지난 91년 3월 국민투표를 통해 도입됐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신연방조약 체결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 최고회의 의장이던 옐친이 국민투표 문항에 추가 삽입,통과시켰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은 상당히 제한되었다. 대통령은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수반으로 총리임면권을 갖고 있지만 의회 해산권은 없다. 오히려 인민대표대회 재적대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탄핵을 받게 된다.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지만 이것도 재차 가결로 무효화된다.
그러나 옐친은 쿠데타 진압직후부터 1년여간 비상대권을 인민대표대회로부터 부여받았다. 이 기간에 대통령 포고령이 의회의 어떤 법안이나 결의안보다 우위에 있었으며 의회의 대통령 탄핵권도 유보됐다.
독재형 대통령 중심제가 실시된 것이다. 옐친의 비상통치가 그같은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옐친이 국민투표서 승리할 경우 폐지하겠다고 못박은 현 인민대표대회 대의원은 구 소련시절 구성됐다. 지역별 민족별 대의원 1천68명(현재 1천33명)으로 구성되는데 5년 임기가 오는 95년 만료된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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