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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당내 구도」 달라졌다/민정­공화계 당권력층서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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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당내 구도」 달라졌다/민정­공화계 당권력층서 소외

입력
199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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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계 최 총장 중심 위상 높아져김영삼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여가 돼가는 요즘 민자당 안팎의 모습과 분위기가 전과는 완연히 달라졌다. 당내 개혁이니 긴축살림살이니 하는 외형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권력기반 자체가 바뀌고 있는데에서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당사 6층에 있는 김종필대표의 방에는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썰렁한 반면 최형우 사무총장 방에는 쉴새없이 방문객들이 찾아와 그가 「실세」임을 실감케하고 있다. 또한 민정계의 중진으로 한때 「제2인자」로의 부상까지 예상했던 김윤환의원은 『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라는 말과 함께 지난 18일 홀연히 장기 해외여행에 나섰고 또다른 민정계 실세중진인 이한동의원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는 「정중동」의 모습이다.

지난 10여년간 권력의 주축을 형성해왔던 민정계 인사들이 현재 취하고 있는 자세는 「복」과 「정」,두 글자로 요약된다고 스스로가 자조적으로 말하고 있다. 즉 엎드린 채로 입다물고 살아가겠다는 뜻이다. 구태여 하나를 더 보탠다면 「망」으로 때를 기다리겠다는 말이 된다.

지난해 대통령후보 경선때나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활발함도 사라졌고 계파적 단결력도 부쩍 해이해졌다. 민정계 인사들은 최대 계파로서 「김영삼대통령 만들기」에 나름대로 전력을 다했지만 조각이나 당직개편에서 철저히 소외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개혁바람이 당에까지 불어닥치면서 민정계가 마치 기득권 세력과 동일시되는 분위기마저 생겨나자 적지 않은 불안감까지 느끼는 모습들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민정계의 두 중진의원이라 할 수 있는 김윤환 이한동의원이 일단 권력의 전면에서 뒤로 물러나면서 민정계내의 구심점이 사라짐에 따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김윤환의원은 출국 하루전인 지난 17일 저녁 세칭 「신민주계」로 불리는 인사 10여명과 시내 모호텔에서 만나 『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떠난다』며 『대통령이 기득권내의 개혁세력인 우리를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 자신감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또 그 즈음에 기자들과 만나 『개혁은 바람직한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 1년정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번의 영국방문에 이어 이미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여행 스케줄을 잡아놓고 연말까지 국회가 열리는 때를 제외하고는 해외에 머무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한동의원도 비록 해외로 피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지내려 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가끔씩 절친한 의원 2∼3명과 저녁자리를 같이하는 것을 빼놓고는 서소문의 변호사사무실과 지역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의 당무회의 석상에서 무소속 의원의 영입으로 자리를 뺏기게된 민정계 원외지구당 위원장이 『대선때 열심히 뛴 사람을 저버릴 수 있느냐』고 최형우 사무총장에게 대들었을 때 이 의원은 『다 같은 동지니 대책마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중재하고 나섰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말같지만 이 민정계 인사의 탈락을 수용하려는 대신 사후대책을 세워 달라는 뜻으로 역시 한발 물러선 자세를 보인 것이다.

물론 공화계도 예외일 수는 없다. 김종필대표가 당내 서열 2위로 총재를 대신해 당을 이끌어간다지만 실제는 당운영이나 중요한 결정과정에서는 상당히 소외돼 있다는게 중론이다.

3당 합당후 생겨났던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기회가 김 대표에게도 주어졌지만 당운영은 「김 대통령→최 사무총장」의 경로를 통해 친정체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최 사무총장은 김 대표보다 더 자주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고 또 주례회동이 있고난 직후 김 대통령은 반드시 최 사무총장을 부르거나 아니면 전화통화로라도 별도의 지시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도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등 나름대로 활기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의 위상이 점차 격화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듯 납작 엎드리고 있는 사람들도 기다리는게 있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1년정도 지나면 김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많은 잡음을 낳게 되고 그와 함께 권력의 중심도 지금의 민주계와 PK세력에서 민정계와 TK세력으로 다소간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민정계 인사는 이와관련,『김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정책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 국정운영이나 행정의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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