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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퇴임 한달… 연희동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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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퇴임 한달… 연희동의 하루

입력
199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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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독서… 손님맞이… 「보통 삶」 만끽/가족들과 외식외 나들이 삼가/전씨와 「관계회복」 계속 모색도노태우 전 대통령이 며칠후면 퇴임 한달을 맞는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후 그동안 그야말로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해왔다.

퇴임 이틀뒤 최규하 전 대통령을 예방한 외에는 외부 「공식일정」을 단 1건도 갖지 않았다. 연희동 사저에서 내방객을 맞으며 동네 헬스클럽에 나가고 가족들과 몇차례 테니스를 한뒤 대중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것이 고작이다.

그렇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세인들의 관심영역에서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언제,어떤 식으로 화해가 이루어질까가 여전히 주목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일과는 청와대때와 비슷한 시각인 상오 6시30분께 기상,조간신문들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상오 7시께면 1주일에 3∼4차례 인근 연희 헬스클럽에 나가 1시간 남짓 운동을 한다. 이곳은 민정당 대표시절부터 회원으로 있던 헬스클럽으로 비교적 시설수준이 낮은게 사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다음날 이곳에서 운동을 끝낸후 서슴없이 샤워장 탕속에 들어가 『퇴임후엔 공중목욕탕에도 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실행」했다. 헬스클럽에 가지 않는 날은 본채 옆에 비서관·경호원들의 상주를 위해 지은 슬라브가 건물 2층에서 맨손체조와 아령,자전거 페달밟기 등으로 대신한다.

아침식사후엔 상오 10시부터 오찬 때까지 두그룹 정도의 내방객을 맞는다. 오찬은 부인 김옥숙여사와 내방객 2∼3 커플과 함께 안채 식당에서 한다. 하오에도 1시간 정도 간격으로 내방객을 맞고 저녁식사도 오찬때와 비슷하다.

지금까지 다녀간 인사는 새정부 신임각료 일부와 6공 각료 등 전직관료,학계 종교 등 사회 각계층을 포함,하루 10여명씩 줄잡아 3백여명. 박준규 국회의장이 다녀갔고 김덕주 대법원장도 지난 20일 예방했다. 황인성총리를 비롯,한승주 외무장관 이원종 서울시장 등도 인사를 왔다. 저녁에는 TV뉴스를 듣고 독서를 하다가 10시30분께 취침. 최근에 보고 있는 책은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오는 편지 읽는 일도 일과중 하나이다. 노 전 대통령이 외부에 나간 것은 아들 재헌씨 부부 등 가족과 함께 3차례 양재동 시민의 숲에 있는 실내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하고 인근 갈비집에 간게 거의 전부. 서오릉옆 대중음식점에 한번 간 일도 있다. 지난 17일엔 집에서 10분거리에 있는 「사러가」 슈퍼마켓까지 걸어가 직접 수레를 몰며 쇼핑을 하기도 했다.

산 물건은 월간지와 공구세트,손녀 장난감,패티김 노래가 담긴 콤팩트디스크 등. 측근들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후 공식행사 참석이 1건도 없었던데 대해 『새정부 출범초에 전직 대통령이 움직이는 모습이 자주 드러나는 것을 삼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의 「숙제」가 돼버린 전 전 대통령과의 화해문제는 여전히 성사여부나 시기가 불투명하다. 노 전 대통령은 죽마고우인 두 전직 대통령이 이웃에 살면서 모른체하고 지내고 이것이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후 바로 전 전 대통령쪽에 방문의사를 전했고 그 후에도 몇차례 의사를 밝혔으나 신통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서는 『격식차릴 것 없이 노 전 대통령이 술 1병을 들고 찾아가면 문전박대야 받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측근들은 『그래도 그렇게 할수야 없지 않느냐』는 반응인 것 같다.

오는 5월 상해에서 열리는 전직 국가원수회의 참석여부도 고민거리. 지난해 10월 회원가입후 첫 회의라서 의장인 슈미트 전 서독 총리로부터 몇차례 초청장까지 왔으나 선뜻 결심을 못하고 있다. 퇴임후 1년 정도는 드러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

○…노 전 대통령의 임기말을 모시던 수석비서관들은 지난 8일 시내 무교동 시그네스빌딩 9층에 연락처겸 「사랑방」으로 쓸 사무실을 김재열 전 총무수석 명의로 얻었다. 같은무렵 정해창 전 비서실장은 12층에 변호사사무실을 냈다. 그러나 전직 수석들은 이 사랑방에 대해 외부에서 색다른 의미를 두는게 부담스러운듯 자주 들르지는 않아 여직원이 하루종일 혼자 있다 퇴근할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정 전 실장이 1주일에 2∼3차례 연희동을 들르고 있고 다른 수석들도 교대로 매일 방문,세상 돌아가는 일을 노 전 대통령에게 전한다.

영 전략문제연구소 한국지부장인 김종휘 전 외교안보수석은 곧 지부사무실을 낼 계획이고 김학준 전 공보수석은 단국대 대학원 교수로 발령이 났다. 최측근인 이병기 전 의전수석도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출근중.

노 전 대통령은 4월에 대구 선산에 성묘하고 생가도 둘러볼 계획이다. 서점에 가끔 들러보고 싶다고 밝힌 외에는 지금까지와 별다른 생활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 1년쯤후부터는 카터 전 대통령처럼 전 국가원수로서 국가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은 「기대수준」인 것 같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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