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제보복등 대영 강경대응/영,미국측 지원기대… “버티기”지난해 10월 직선 입법 의원수 확대를 골자로 하는 패튼 홍콩 총독의 정치개혁안이 발표된 이래 중국과 영국간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홍콩문제가 점차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측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회)의 개최를 계기로 강경입장을 재천명하고 있고 영국도 기존의 자세를 누그러뜨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마치 충돌지점을 향해 마주 달리는 두열차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전인대를 계기로 또다시 터져나온 일련의 대영 비난과 경고에는 과거의 추상적인 비난과는 달리 ▲독자인수를 위해 예비정부 구성 ▲경제보복 등 구체적 대응내용까지 담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끈다.
중국 지도부의 이번 경고발언은 「오케스트라화한 융단폭격」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만하다. 이붕총리가 1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행한 「정부공작보고」에서 홍콩에 대한 중국의 주권회복을 교란하거나 파괴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원칙을 천명한 것을 시발로 강택민총서기,노평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주남 신화통신 홍콩분사장,이람청 대외경제무역부장 등 각분야 지도자들이 연이어 홍콩문제에 대한 중국의 강경입장을 역사적 맥락과 실제적 측면에서 밝히고 있다.
강 총서기는 17일 티베트자치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홍콩이 식민지상태로 놓여있는 것은 중국의 수치라고 말하였으며 19일 홍콩의 중립적인 신문 명보 회장과의 면담에서 영국과 홍콩문제 협상에서 중국측이 원칙을 방기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평은 홍콩 언론 등에서 보도한 바 있는 「예비정부를 통한 독자인수」를 중국정부가 고려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기에 이르렀으며 이람청은 대영 경제보복을 거론,홍콩문제를 경제문제와 연계시킬 것임을 처음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이같은 경제보복 경고에 영국은 당혹했지만 메이저 총리는 패튼의 정치개혁안에 대한 지지입장을 재천명했다.
홍콩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영국간의 이번 공방에서 주목되는 또하나의 사실은 양측이 미국의 존재를 의식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노평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만일 미국이 최혜국대우(MFN) 지위문제를 홍콩문제와 연관시키려 한다면 홍콩에 이어 제2의 피해자는 홍콩에 7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미국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 강택민 총서기도 「제3자 개입」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과 어려운 힘겨루기를 벌여온 영국은 인권문제 등으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표명한 클린턴 행정부의 출범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홍콩을 반독립적인 실체로 만들어 「강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화평연변」의 교두보로 삼으려 할지 모른다는 중국측의 우려와 97년 반환이후의 체제존속의 약속을 확실히 하려하는 것일뿐이라는 영국의 설명사이의 팽팽한 긴장은 마침내 미국이라는 3자 개입가능성을 놓고 또 한차례 백열화하고 있는 것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