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19일 발표한 「신경제」에 관한 특별담화는 취임후 처음으로 밝힌 그의 경제정책에 대한 청사진이라는데서 주목할만하다. 이날 담화는 그가 앞으로 집권한 5년동안의 장기계획인 「신경제 5개년 계획」 보다는 당면한 불황의 타개를 겨냥한 「신경제 1백일 계획」에 역점을 뒀다.불황극복이 최대의 현안이므로 불황타개책에 최우선을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불황타개에만 지나치게 역점을 둠으로써 김영삼대통령의 집권 5년간의 전반적인 경제적 비전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데는 균형을 잃고 말았다는 인상을 준다. 김 대통령이 5년간의 전반적인 경제회생 계획에 대해 보다 균형되고 논리적이며 비전있는 청사진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밝힌 당면 불황타개책은 예상외로 강력한 것이다. 전시나 대공황과 같은 비상시기에나 채택할 수 있는 대책들이다. 김 대통령은 경기활성화와 물가안정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을 명시했다. 흔히 세우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대체로 상반되는 성격때문에 그 목표달성이 쉽지 않다. 김 대통령은 우선 경기활성화를 위해서 공금리인하와 통화관리의 신축적인 운영을 제시했다. 금리를 낮춰 기업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고 통화공급도 상황에 맞추어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금융팽창에 의한 경기부양 방식이 옳은가라는 문제를 놓고 지금 경제정책가와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정책이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잘못하면 경제를 활성화시키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만 가져올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방만한 통화증발,금리인하 등 유동성 증대가 증권,부동산투기 등을 재연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행정규제 철폐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건축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유동자금으로서는 투기의 호기를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금융팽창정책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서인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상식을 뛰어넘는 초강력 처방을 내놓고 있다. 김 대통령은 ▲주요 생필품 가격을 특별관리하고 ▲공무원의 봉급과 정원을 동결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청와대와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을 내세워 기업 및 개인서비스업자에 대해서 제품·서비스가격을 1년간 동결시켜줄 것을 요구했고 근로자에 대해서도 「고통의 분담」을 호소했다.
공무원의 봉급과 정원의 동결은 민간기업체에 대해서도 임금상승의 강력한 억제를 요구할 것을 시사하는 것인데 결국 근로소득자에 대해서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는 『실시하겠다』고만 언급했을뿐 시기 등을 밝히지 않은 것은 개혁의지에 대해 회의를 갖게하는 것이며 또한 형평을 잃은 것이다.
「얼굴없는 돈」에 대해서는 탈세 등의 기회를 계속 주면서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고율의 세부담과 임금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불균형이다.
또한 기업에 대한 제품·서비스 가격의 1년간 동결요청은 현실적인 처방이 아니다. 업계가 수용할 수 없고 수용한다해도 감량,품질 저하 등으로 손실을 보전할 것이므로 실효가 없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신경제」 담화에는 개혁의 정치논리가 강하게 담겨있다 하겠는데,오는 22일 발표되는 「신경제 1백일 계획」의 실행계획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경제논리에 큰 무리가 없게 조정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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