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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수석들 재산 축소공개 급급/“시가와 큰차이” 국민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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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수석들 재산 축소공개 급급/“시가와 큰차이” 국민불신

입력
199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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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우 최고 4∼5억차/보유주식도 액면가로 계산/“도덕·신뢰성에 의문”18일 공개된 장관·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재산내역이 시세와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어서 국민들에게 실망과 불신을 키워주고 있다. 재산공개 내역을 본 사람들은 교수나 공직생활만 해온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사실에 놀라워하다가 각 부동산의 가격이 국세청 기준시가로 돼있거나 보유주식의 액면가로 계산돼있는 등 시가에 훨씬 못미치는 것을 발견,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부동산업계가 거래가로 내세우는 가격과는 최고 4억∼5억원까지 차이가 날만큼 재산을 축소 조작한 사람도 있어 공직자들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

2백53.6㎡(77평)에 6억원으로 신고된 권영해 국방부장관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예일아파트는 전문 월간지 「부동산뱅크」의 자료에 의하면 시가 7억원이나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권 장관의 집인 로열층의 경우 11억2천만원을 호가하고 있어 시가와 5억원이상의 차이가 난다.

예일아파트 일대 부동산업계는 이 아파트의 가격을 1·2층 9억8천만원,3층 10억3천만,4층 10억7천만,5층 이상은 11억2천만원을 부르고 있다.

예일아파트는 91년 7월 분양가 10억원을 넘는 호화아파트로 말썽이 빚어진뒤 지난해 3월 분양광고도 내지 않고 알음알음으로 입주를 시켰는데 90평을 넘기지 않기 위해 9개 층별로 2가구씩 각 89.6평으로 설계했었다.

그러나 권 장관은 재산공개를 하면서 전용면적 76.71평,공유면적 12.89평인 이 아파트의 가격을 전용면적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부동산업계에 의하면 예일아파트는 건자재도 거의 모두 외제를 사용했으며 가구별 서비스면적 12.24평까지 있어 실제로는 1백평이 넘는 규모이다.

한승주 외무장관의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아파트(58평)는 시가가 6억원이나 3억5천2백만원으로 2억4천8백만원 적게 신고돼 있으며 권 장관의 어머니 명의로 된 같은 이름의 아파트(49평)는 신고가 2억1천6백만원으로 시가 3억5천만원보다 1억3천여만원 적은 상태이다.

용산에 있는 홍재형 재무장관과 68평형 신동아아파트도 8억원대이지만 신고가격은 4억8천4백만원으로 3억2천여만원이 적다. 또 이원종 서울시장의 대사동 미도아파트(57평)는 5억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신고가격은 2억7천9백만원에 불과하다.

4억2천8백만원으로 계산된 이계익 교통장관의 서초동 반포아파트(64평)도 6억3천여만원에 이른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업계의 이야기다.

아파트뿐 아니라 이들 공직자들이 소유한 전답·임야 등도 터무니없이 낮게 가격평가가 돼있다.

월간 「부동산 뱅크」의 한 직원은 『이번에 공개된 재산내역중 부동산 가격은 시가의 70%가 못되는 국세청 기준시가에 맞춰 발표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보유주식에 대한 계산도 시가와는 상관없이 액면가나 자의적인 가격산정에 따라 이루어졌다.

고병우 건설장관은 쌍용투자증권 주식 1만9천주(1주당 1만9천7백원·19일 전장 종가기준)를 시가의 4분의 1 정도인 액면가 5천원으로 계산해 9천5백만원이라고 신고,시가와 2억7천9백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황길수 법제처장,김두희 법무장관도 각각 시가의 절반정도로 산정하거나 자의적으로 1주당 1만원씩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생 김재연군(21·서울대 경영3)은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윗물맑기운동」을 벌이는 등 기대감을 잔뜩 주었지만 이번에 공개된 재산내역을 보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안경환교수(법학과)는 『공직자들의 윤리를 믿은 국민들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심정인 것이 사실』이라며 『재산공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공직자 재산등록법 등 관계법률이 하루 빨리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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