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행상 어머니 자궁암에다 직장암 겹쳐/“혹시 무슨 일날까” 수업때도 집생각에 시름『엄마,함께 죽자는 말만은 하지 마세요』
지독한 가난에다 겹치기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이어가는 어머니를 위해 6년째 진통제 주사를 놓아주며 갖은 병수발을 하고 있는 최정은양(12·부산 금정국교 6)은 그래도 아직 엄마가 살아있다는 것만을 다행스러워하며 엄마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온몸에 잦아드는 고통으로 3시간마다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엄마를 위해 방과후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는 정은양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때문에 수업시간에도 마음은 온통 집으로 가 있다.
어머니 강순애씨(44·부산 금정구 장전2동 502의 3)는 81년 정은양을 낳은지 한달만에 남편과 이혼하고 홀몸으로 유원지 등에서 커피행상을 하며 살아오다 86년 부산 모대학병원에서 자궁암 진담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몸이 쇠약한데다 치료비마저 없어 적기치료가 어려웠고 암세포가 번지면서 직장암까지 얻게 됐다. 병원에서조차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다』며 치료를 포기했다.
이때부터 강씨는 집에서 어린 딸이 놓아주는 진통제 주사를 맞으며 6년째 목숨을 지탱해오고 있다.
직장암이 생긴뒤부터는 대·소변 보기도 힘들어 복부에 고무호스를 꽂아 해결하고 있다.
투병과정에서 가산을 모두 탕진한 강씨는 신병을 비관,수차례나 어린 딸과 함께 동반자살을 기도했었다.
『어린 딸만 남겨놓고 혼자 눈을 감을 수 없었습니다. 연탄가스·수면제로 수차례 동반자살을 기도했으나 고통을 참아가며 살아가려는 정은이의 눈망울을 보면 그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강씨의 딱한 처지가 알려지면서 인근 자비사 주지 박삼중스님(부산 동래구 온선동)이 두모녀를 방문,마음을 고쳐먹도록 설득했으나 자신이 죽은뒤 천애의 고아가 될 딸의 운명앞에 강씨의 가슴은 칼로 저미는듯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강씨는 인근 주민 김시화씨(53·여·부산 금정구 장전동 502의 5)가 자신도 홀몸에다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남몰래 3백만원을 내놓아 이 돈으로 금정산 자락에 허름한 천막을 짓고 운명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장래 간호사가 되어 엄마처럼 아픈 사람들을 보살피고 싶다』는 정은양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밝고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어 동네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강씨는 『나야 이미 다한 목숨이지만 부모 잘못 만난 우리 정은이를 어떻게 해야 옳으냐』며 울고 있다.<부산=목상균기자>부산=목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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