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부터 골병이 들기 시작했던 우리 경제의 추악한 모습이 이제 국내·외적으로 속속 노출되고 있다. 국력을 쏟아붓듯이,분수에 넘치게 초호화판으로 치러낸 88올림픽은 과소비 풍조를 이 사회에 만연시켰다.무역흑자가 조금 났다해서 정부는 그것을 국내·외적으로 과다하게 선전해,밖으로는 미국·일본·EC 국가들의 우리에 대한 경계눈초리를 곤두세워 놓았다. 안으로는 국민들에게 선진국이나 된 것처럼 착각을 하게 만들어 3D 기피현상이란 선진국병을 유발시켰다.
민주화 과정에서 기업들은 노조의 큰목소리에 기가 죽어 단기간에 임금을 크게 인상해줌으로써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러나 기업들은 첨단기술 개발 등으로 적극 대처할 생각은 않고,부동산투기나 하고 감량경영으로 위축되어만 갔다.
이러한 악재들이 겹쳐서 고도성장이란 한국경제의 신화는 무너져 버렸다. 물가는 치솟았고 무역적자는 늘어났으며 한국상품은 국제시장에서 밀려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리하여 「아시아의 4마리 용」중 홍콩·대만·싱가포르는 승천(선진국 진입)했으나 우리만이 탈락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 경제가 장기간에 걸쳐 침체의 늪을 헤메이게 되면서 실업율이 2%를 훨씬 넘어 3%선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기업의 고용창출 위축 때문이다. 특히 대학졸업자 등 고학력자를 수용할 일자리 부족은 해마다 심화되어 대졸자들은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대학원을 나왔고 대학을 졸업했다해서 석사학위나 학사학위가 밥을 먹여주는 것은 아니다. 궁한 판에 학력에 걸맞는 일자리를 찾다보면 언제 실업자 신세를 면하게 될지 모를 정도가 되면 청탁을 가릴 것 없이 일자리를 구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정부가 공채하는 9급(서기보) 등 공무원 하위직에 대학원 또는 대학졸업의 고학력자들이 대거 몰려,고졸자들의 일자리마저 빼앗는 불행한 현상이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무처의 하위공무원 채용결과를 보면 9급 공무원 합격자중 90%가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였다는 통계가 그 심각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오는 일요일(21일)에 치르게 되는 서울시의 행정·기술·별정직 등 하위직공무원(7백62명) 채용시험에 응시한 1만5천11명중에도 절반이 훨씬 넘는 56.8%가 전문대 이상의 고학력들이어서,합격자 또한 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할게 뻔하다는 것이다.
공무원 하위직의 고학력화가 왜 나쁘냐,공무원의 자질향상에 도움되는게 아니겠느냐고 좋게 생각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실직자 신세를 면키위해 어쩔 수 없어 잡은 일자리에는 그만큼 적응률이 낮게 마련이다. 설령 적응을 했다하더라도 경기가 호전되어 다른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이직할게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그들 고학력자를 채용한 국가기관은 기초훈련을 쌓게 하는데 들인 비용과 노력만을 낭비하고마는 꼴이 된다. 차라리 공무원의 하위직은 처음부터 고졸학력자들에게 할애되어 착실한 공무원으로서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와 개인을 위해서도 좋다.
새정부가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하루빨리 활성화시켜야 하는 당위성은 고학력 실업자를 수용할 고용창출 확대에도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고학력자 취업난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4년제 대학입학 정원을 늘려가는 정책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도 정부는 다시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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