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맑기 운동」의 실질적 출발점/누락·위장등 도덕성 결여 없어야상도동 주택 4억5천7백만원,거제군 전답 4천5백만원,63헬스클럽 회원권 1천만원…. 부친 및 두아들 재산을 포함 모두 17억7천8백22만6천70원. 지난달 27일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공개한 직계가족 재산내역이다.
부동산은 물론 예금과 승용차,회원권 등 10원단위에 이르기까지 전재산이 공개됐다. 취임식 이틀후 첫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일이다.
이어 1주일뒤. 황인성 국무총리가 22억9천8백여만원,이회창 감사원장이 15억5천5백여만원의 직계가족 재산을 공개했다. 다시 6일뒤 민자당의 김종필대표 24억4천8백여만원,최형우 사무총장 5억1천1백여만원,김종호 정책위의장 16억8천6백여만원,김영구 원내총무 27억3천여만원 등 재산공개가 잇따랐다.
이미 국무위원들이 18일 재산을 일괄 공개했고 민자당 소속의원 및 당무의원들도 20일까지 등록을 끝낼 예정이다.
대통령에 이은 각료 및 국회의원들의 재산공개는 「김영삼정부」가 선보인 새 모습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윗물맑기운동」을 자신의 주요한 국정지표로 내걸었다. 공직사회에서는 부패척결을,정치권에서는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과거에도 「서정쇄신」을 비롯,반부패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방법이 충격적이고 유별나다는게 세평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김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워낙 강해 옆에서 찬바람이 느껴질 정도라는 얘기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부패구조를 뿌리뽑은 지도자로 남기 원하는 것 같다는게 측근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재산공개는 의례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누구로부터도 정치자금을 1원도 받지 않겠다』는 공개적 약속과 함께 이번 재산공개는 대통령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것임과 동시에 모든 공직자 및 정치인들에게 그같은 내부적인 개혁을 주문한 것이라할 수 있다.
공직자들의 재산공개는 일차적으로 재직기간중 부정하게 축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내포한다. 공직자의 재산을 투명하게 노출시킴으로써 재직중 부당한 재산증식 여부를 확인토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풍토에서 공직자 및 정치인의 재산공개는 이같은 장래에 대한 제도적 장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재산공개가 이들 공직자의 「과거」를 검증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일반국민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공개의 와중에 터진 박양실 전 보사장관의 인사파문은 그 단적인 예이다. 부동산 투기 등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에게 고위공직을 맡길 수 없다는게 일반적 여론이다.
재산공개의 이같은 성격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개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산형성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인사들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재산을 모았더라도 비교적 큰 규모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인사들은 공개자체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가 출신의 국회의원들은 상대적으로 편한 입장에 놓여있지만 관료나 군출신 등 뚜렷한 재산 형성기회가 없었던 의원들은 자칫 쏟아질지도 모르는 「오해」의 시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실제 「여론재판」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있다.
그러나 재산공개를 비롯,개혁정책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이같은 과정을 통한 일정규모의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듯하다. 이와관련,민자당의 최형우 사무총장은 최근 재산공개 내용의 실사여부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결국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실사를 안하더라도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정치인은 결국 총선 등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산공개의 이러한 측면을 둘러싸고 정치권,특히 민자당내에서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재산규모가 큰 정치인이 민주계보다는 여권출신인 민정·공화계쪽에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재산공개가 결과적으로 이들 민정·공화계의 「거세」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인들은 이밖에도 재산공개 자체가 갖는 부작용에 우려를 표시한다. 재산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다음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최근 재산이 밝혀진 민자당의 한 중진의원에게는 벌써부터 『재산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다음번에는 찍지 않겠다』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한다.
이처럼 부작용이 예상됨에 따라 일부 정치인들은 가능한한 공개재산의 규모를 축소하는 또 다른 「부작용」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미 재산이 공개된 일부 정치인에 대해선 『소문으로 듣기와는 다르다』 『재산이 그것밖에 안될리가 있겠느냐』는 불신의 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재산공개를 처음 경험하는 우리 현실에서 이같은 부작용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재산공개가 갖는 위력적인 명분 앞에선 어느 정치인도 공개적인 반기를 들지 못한다. 그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있기 때문이다.
초기의 진통에도 불구하고 재산공개가 「윗물맑기운동」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느냐 여부가 새정부 개혁의지의 가늠자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정부 후속조치/일과성 안되도록 법제화 추진/매년 변동상황 신고… 실사 명문화
정부는 새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산공개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정치적 필요에 의한 「자진공개」 형식의 이번 조치가 일과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우선 공직자윤리법을 개정,재산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실사를 위한 관련규정을 구체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현행의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만을 의무화하고 있을뿐 공개나 실사에 대한 명문규정은 없다. 정부는 이와함께 퇴직시에도 재산 변동사항을 의무적으로 공개해 재임기간중의 재산증식을 철저히 감시할 방침이다.
○…지난 81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국회의원을 비롯,3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법관·검사·대학교 총학장에서 구청장은 물론 5급 이상의 관세청 및 국세청 공무원·정부투자기관의 임원들을 등록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산등록 대상자는 임명후 1개월이내에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출가한 딸을 제외한 직계 존비속의 재산까지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록재산 범위는 부동산·동산·유가증권·지적소유권 등의 무체재산권·채권 등 모든 재산.
이와함께 재산등록 대상자는 재임중 매년 재산변동 사항을 해당 부서에 신고해야 한다.
대상자는 성실신고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이 있으나 재산은닉·허위등록의 혐의가 있을 경우 등록기관장이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정부는 새정부 출범후 공직자의 부정방지 및 청렴한 공직자상 구현방침에 따라 공직자윤리법을 개정,장·차관급 이상의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고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강화,퇴직시의 재산변동사항 신고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정부는 등록대상과 범위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재산공개 대상을 장·차관의 정무직으로 국한한다는 방침이나 공개대상 범위에 국회의원 포함여부가 주목된다.
정부는 재산공개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자진공개 형식의 재산공개가 직계 존비속까지 포함하고 있으나 이는 김영삼대통령의 선례에 따른 예외적인 경우로 봐야한다는게 총무처의 입장이다.
정부는 그동안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해왔으나 공직자들의 자녀재산까지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등록거부 등 등록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징계하도록 돼있으나 이번 개정에선 이를 강화해 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처벌조항을 신설할 방침이다. 그러나 재산등록 의무이행 여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안되는만큼 벌금형 조항 신설보다는 관계기관의 실사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않다. 등록 및 공개재산은 시가기준을 원칙으로 하되 범위는 현행대로 부동산과 현금·예금·유가증권·회원권 등 동산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재산의 심사 및 조사는 현행법에서도 명문화돼 있으나 공직자윤리법 제정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었던 점을 중시,이번 개정작업때 이를 구체화 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등록 및 공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성실신고 의무를 강조하고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지만 사실여부에 대한 전면 실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당사자의 비위혐의 사실 등이 드러날때만 감사원 등 관계기관을 통해 한정적으로 실사토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공직자들의 재산등록 및 공개실시 입법화 외에도 퇴직시의 재산변동사항 신고를 의무화,공직자가 재임기간에 명실상부한 청렴공직자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이동국기자>이동국기자>
◎외국사례/윤리법제정 「퇴직후」도 검증받아/미국/84년부터 관행화… 동산도 공개/일본/별도 장치없이 실명제가 대체역/유럽
○…미국의 재산공개 제도는 78년 제정된 정부윤리법에 기초하고 있다. 정부윤리법외에도 사리추구금지법·연방공무원 윤리규정 등이 마련돼 있다.
이들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정치」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당위적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의원이나 각료들이 퇴직후 관련기업의 간부로 변신,각종 이권에 개입해 말썽을 빚곤 했다. 이른바 「회전문현상」이라는 퇴직공직자의 로비는 클린턴정부의 개혁대상 1호로 부각될 정도였다.
결국 클린턴정부는 퇴직공직자가 관련부서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할 수 없는 시한을 1년에서 5년으로 대폭 연장해 버렸다. 이는 미국정치의 어두운 이면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퇴직공직자의 윤리까지 챙기는 철저함으로도 평가될 수 있다.
이처럼 「퇴직후」를 검증할 정도이니 현직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현직의 청렴을 스크린하는 대표적 장치가 바로 재산공개제도이다.
대상목록은 1백달러이상 소득(배당 이자 임대료 신탁),2백50달러 이상의 재산 및 재산거래,1천달러 이상의 부채,일반기업과의 고용계약 등이다. 이들 목록을 보면 재산공개의 의도가 재산총액을 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소득의 합법성·재산증감 현황을 평가하는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공직자는 구체적인 재산내역을 정부윤리국에 보고해야 한다. 윤리국은 이를 언론에 공표하지 않고 열람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열람신청후 15일 이내 열람을 허용하거나 사본을 제공한다.
○…일본의 재산공개제도는 법에 기초하지는 않고 있고 대신 정치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나카(전중각영) 전 총리가 록히드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직후인 84년 1월 나카소네(중증근강홍) 당시 총리가 『정치쇄신을 위해 각료재산을 공개한다』고 선언,관행으로 정착됐다.
대상자는 총리 각료 정무차관이고 정부의 직을 맡지않은 의원은 제외된다. 공개방식은 아주 독특하다. 해당 공직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 및 가족의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다. 가족의 경우는 대개가 배우자로 국한된다.
대상목록은 토지·건물 등 부동산,예금 유가증권,채권채무,골프회원권,자동차,서예·골동품 등이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동산도 공개대상인 점이 우리와 다르다.
전 각료가 재산을 공개한 경우는 10번. 평균재산은 대략 10억엔선(55억원). 이 액수는 언론이 부동산·골프회원권 등을 시가로 환산한 것으로 발표액수의 2∼10배에 달한다. 지난 91년 가이후 전 총리가 자신의 재산을 1억6백46만엔으로 발표했을때 일본 신문들은 실제재산은 9억엔 이상으로 보도했다.
긱료의 재산규모는 최근 자료에 의하면 1억∼25억엔 정도다. 평균 10억엔 정도의 각료재산은 중산층의 수준을 훨씬 웃돌지만 동경도내 주택가의 건평 40평짜리 신축주택이 2억엔인 현실을 감안하면 거부수준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
○…유럽국가들의 경우 재산 변동상황을 추적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 등의 제도적 장치가 비교적 잘 마련돼 있어 별도의 재산공개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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