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에 부동산 “취득 의혹”/은행통장 수십개 소유도/미술품·귀금속 신고없어새정부 출범이후 김영삼대통령이 재산을 자진공개함으로써 이뤄지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는 새정부의 부정부패 척결의지와 「윗물맑기운동」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장관급 인사들의 재산목록을 살펴보면 적지않은 의구심과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계산방법이 실제 거래액의 20∼30% 수준인 공시가격이나 기준시가로 산정된데다 「자진」 공개형식을 빌리고 있으나 「대통령 주도때문에 마지못해 공개」한 흔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재산내용이 실제로는 공개한 총액의 3∼4배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실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감춰진」 재산도 적지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이날 공개된 재산의 내용중에는 부동산투기행위 의혹이 적지않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경우가 아닌 외지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공직자가 10여명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 땅은 대부분 서울사람들의 소유」라는 소문을 뒷받침하듯 장관급 인사 가운데 7명이 경기도 일대에 임야나 논밭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지역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는 인사는 한승주 외무장관. 한 장관 부부는 용인지역에 2건,충남 공주군에도 자신과 부인 명의로 논과 임야 점포까지 소유하고 있어 수도권에 재산이 분포돼 있다.
한 장관은 또한 충남 연기군에 점포를 소유하고 있고 서울 하왕십리동에도 건평 1백25평의 건물을 갖고 있다.
때문에 한 장관은 부동산이 상당히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병태 보훈처장도 경기 송탄시에 95평의 대지를 갖고 있으며 전남 승주군에도 4만여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박종철 검찰총장도 부인과 공동명의로 용인군에 5천6백여평의 임야를 갖고 있다.
최창윤 총무처장관은 본인명의 재산이 아파트와 상가뿐이나 의사인 부인명의의 부동산이 수도권과 충남지역에 적지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권영해 국방장관 소유의 충북과 제주 땅에도 역시 부정적인 시각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 주요 구청장을 두루 거친 이원종 서울시장이 서울 주요지역에 토지와 건물을 적지않게 소유하고 있는 것도 공직자로서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그는 송파구에 공시지가로만 8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1백45평 규모의 대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 시장은 또 강남구 도곡동 소재 점포와 부인명의의 대치동 소재 점포도 소유하고 있다.
이들외에도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과 송정숙 보사장관도 경기지역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황길수 법제처장도 충남 보령에 임야를 갖고 있으며 천용택 비상기획위원장은 강원도 삼척시와 전남 여천군에 전답을 갖고 있어 매입동기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고병우 건설부장관과 송정숙 보사부장관이 공개한 소유주식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게 계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 장관과 송 장관이 발표한 소유주식액은 각각 9천5백만원과 1천5백47만원이었으나 이날 현재 주식가격으로 환산하면 발표액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 장관은 쌍용투자증권 주식 1만9천주 9천5백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으나 이 주식의 18일 종가는 2만2백원으로 실제 총 주식가격은 3억8천3백여만원이 된다.
또 송 장관은 상업은행 1천4백23주 등 총 3천93주를 보유,주식가격이 1천5백여만원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현재 시가는 4천3백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합산되고 있다.
이처럼 이들이 공개한 주식가격과 실제가격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두장관이 주식자산을 주식을 공모할 당시의 공개가로 계산했기 때문.
반면 김두희 법무부장관은 한일은행과 (주)진도의 주식을 주당 1만원씩 계산,시가에 비교적 근접했으며 김철수 상공부장관도 조흥은행 주식을 주당 8천7백50원으로 환산해 1만2백원인 시가에는 못미쳤으나 현실적인 가격을 산정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재산을 공개한 각료 및 청와대 수석 40명중 본인이나 배우자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는 모두 8명이었는데 이중 이경식부총리와 홍재형 재무장관·최장윤 총무처장관 등 3명은 정확한 시가계산이 어려운 비상장주식과 장외 법인주식 등을 소유하고 있어 눈길.
○…일부 장관들은 수십개의 예금통장을 보유,재산관리의 솜씨를 과시하기도 했는데 미성년자인 자녀명의로 거액의 돈을 예치한 경우까지 있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완상부총리는 본인과 부인명의로 고수익 금융상품인 투자신탁 공사채 및 노후연금 공사채 계좌 등을 통해 2억8천여만원을 예치,여유자금투자의 남다른 기법을 보여줬다.
이해구 내무장관은 미성년자인 3명의 자녀이름으로 7천2백여만원의 예금을 해놓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윤동윤 체신장관은 자신의 명의로 7개 계좌를 비롯,부인과 두딸 및 장남 등 4명 명의로 5개 은행에 31개의 계좌(2억6천2백만원)을 갖고 있어 저축에 관해서는 단연 1등. 윤 장관은 전체재산 5억6천여만원 가운데 거의 절반을 은행 등에 맡겨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김덕룡 정무1장관도 11개 은행계좌와 2개 보험계좌에 투자하고 있으며 야당생활을 했던 탓인지 차남명의로 한겨레신문 주식 4백50주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장관들은 부인명의로 된 재산이 1억원이내였으나 수억원이 넘는 재산을 부인 앞으로 해놓은 「애처가」들도 있어 관심을 모았다.
부인명의의 재산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은 최창윤 총무처장관으로 부인이 의사라는 전문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탓인지 콘도 임야 전답 회원권 등을 합쳐 6억7천3백여만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2등을 차지한 고위인사는 한완상부총리로 예금과 증권 등 부인 명의의 재산이 3억3천2백여만원.
다음으로는 박종철 검찰총장의 부인이 임야 등 부동산과 예금을 합해 2억7천여만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역시 의사인 김덕룡 정무1장관의 부인은 예금과 증권 등 2억1천여만원을 소유.
홍재형 재무장관의 부인은 예금 증권 그림 등 1억여원을,김두희 법무장관의 부인은 1억여원의 예금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비해 김덕 안기부장과 고병우 건설장관 등은 부인명의의 재산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신고해 눈길.
○…국무위원중 가장 재산이 많은 것으로 밝혀진 황산성 환경처장관은 전체 재산 23억4천2백여만원중 본인재산이 19억8천2백만원으로 남편인 새문안교회 김동익목사 명의재산 3억5천9백만원의 6배를 기록.
재산이 가장 적은 국무위원은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으로 본인명의의 아파트와 콘도미니엄 회원권,모친의 전남 광양주택 및 전답을 포함해 모두 2억9천1백여만원으로 등록.
본인명의의 재산으로는 권영자 정무2장관이 4천7백만원으로 최소.
○…골프장 및 콘도,헬스클럽 회원권은 부인명의를 합쳐서 김두희 법무장관이 5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해구 내무·고병우 건설장관이 각각 4개씩을 소유해 2위.
이밖에 이계익 교통이 부인 소유를 합쳐 3개를,오병문 교육 이민섭 문화체육 최창윤 총무처장관과 황길수 법제처장은 각각 2개씩 의회원권을 소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공개재산은 한결같이 10억원 이하로 돼있어 관심.
김영수 민정수석이 8억2천9백여만원이고 다음이 주돈식 정무수석이 8억1천3백여만원.
반면 제일 적은 경우는 박상범 경호실장의 2억7천6백여만원이고 김석우 의전비서관도 2억9천6백여만원선.
재야로 일관해 와 재산규모에 관심이 모아졌던 김정남 사회문화수석은 선친명의의 1억3천여만원을 합해 모두 5억5천6백여만원으로 집계됐다.
김 수석은 경기 고양군 임야(7천6백5㎡ 9천8백86만원) 등 6건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모두 상속받은 것으로 이중 3건은 아직 선친명의. 그러나 김 수석은 다른 수석들과는 달리 1개의 예·적금 통장도 없이 고정수입없이 살아온 재야생활을 반영.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복합빌딩의 5억2천7백만원 상당지분을 소유한 주 정무수석은 재산공개전부터 『평당 1천만원에 소유지분이 1백평이니 10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해 수석들중 1위를 예상.
그러나 막상 기준시가로 따져 5억2천7백여만원으로 평가됐고 이마저 임대보증금 3억9천7백만원을 되돌려 주게되면 1억3천만원에 불과. 주 수석은 『지난 70년대초 허헐벌판에 1백평 땅을 사 집을 짓고 살았는데 주위에 빌딩이 생기면서 빌딩숲에 둘러싸이게 돼 이웃 두집과 함께 복합건물을 지었던 것』이라고 설명. 주 수석이 천안군에 소유한 임야 3건은 광산을 하던 선대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고.
교수출신인 박재윤 경제수석은 아파트 대지 상가 건물 및 창고(부친소유)외에 부인과 자녀명의의 예금 주식 등 다양한 재산목록을 지녀 경제학자다운 면모를 보였고 같은 교수출신의 정종욱 외교안보수석은 경기 양평군에 1억3천만원 상당의 「근린생활시설」을 재산목록으로 공개.
김영삼대통령의 「자금출납」을 도맡아왔던 홍인길 총무수석은 분당의 47평 아파트(2억8천6백만원)와 고향인 경남 거제의 1천5백만원 상당 임야 등 부동산이 2건에 불과해 전체재산도 3억6천3백여만원.
그러나 홍 수석은 박관용 비서실장(공개재산 7억8천9백76만원)과 비슷하게 본인과 부인 자녀를 명의의 예·적금과 보험가입 통장이 많았는데 두사람 모두 『같이 정치하던 동료들이 사망한후 그 부인들이 부탁해 들어준 것이 대부분으로 액수도 미미해 기억도 못하던 것들』이라고 설명.
○…재산공개를 주관한 총무처엔 전날 공개재산의 순위를 묻는 전화가 적지않게 걸려와 이번 재산공개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반영했다. 전화내용은 주로 평균재산액과 최고·최하위액이 얼마인가를 묻는 것이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날 총무처는 전날 하오에 인쇄를 마친 재산목록을 금고속에 넣고 밤샘 경비를 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웠다.<정광철·이동국기자>정광철·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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