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하는 안도감이 절로 나온다. 얼마나 가슴졸였던 판정결과냐. 좌우간 반가운 판정이다. 우리는 미 상무부가 16일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덤핑률 최종판정에서 삼성전자 0.74%,금성사 4.97%,현대 7.19% 등 평균 3.19%의 판정을 내린데 대해 미국의 합리주의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번 최종판정에 대해 만족을 느끼는 것은 미 상무부의 예비판정률(지난해 10월)이 삼성 87.4%,금성 52.4%,현대 5.9% 등 예상외의 고율이었던데다가 최종판정에 대한 추측보도가 15%내지 20%의 고율로 나와 낙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번 미 상무부의 최종판정은 오는 4월29일 예정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미국 국내업체에 대한 유무판정에서 『피해있다』고 원고(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 승소의 판결을 내리는 경우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효력이 발생해도 우리 업체들이 감내할 수 있으므로 안심이 된다.
이번 반도체덤핑 피소사건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호공존의 질서를 유지하며 ▲미국기업을 위한,미국기업에 의한,미국기업의 게임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의 기업체제가 국제화되어야 하며 ▲관·민 협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등을 새삼 인식케 했다. 우리는 미국기업들이 덤핑제소 수단을 수입규제의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고 특히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하고 난뒤에는 이러한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우려해왔는데 이번 사건은 미국이 비이성적인 보호주의로 전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시사해준 것으로 보고 싶다.
미 상무부의 최종판정이 예비판정보다 훨씬 낮게 조정된 것은 우선 한국의 3대 반도체 메이커들이 상무부실사반의 조사에 성실히 답변,설득력을 가졌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국메이커들이 공급하는 반도체가 수출중단되는 경우 반도체의 가격인상으로 미국내의 반도체 실수요자들에게 큰 피해자가 간다는 점이다. 덤핑제소를 당한 반도체중의 하나인 4MD램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초에 개당 10달러까지 하락했었으나 지난 10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고율예비판정으로 수출이 주춤하자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현재는 12∼13달러선에까지 이르고 있다. D램 수요(92년 87억달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4MD램의 경우 일본이 전체시장중의 54%,한국 24.3%,미국 18%를 차지해왔던 것이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와 주한 미 대사관 등이 이례적으로 미 상무부에 대해 한국정부가 제의한 덤핑조사중단협정(Suspension Agreement)을 수락할 것을 요청하는 등 한국측을 거들었던 것도 미국기업들에 유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판정에 대한 만족에 안주하지 말고 미국측과 호혜적 무역질서를 구축하는데 가일층 노력했으면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