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침 중재로 전격 성사된듯/직접접촉불구 「철회」는 미지수미국과 북한이 북경에서 대화를 갖기로 상호 합의함으로써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으로 얼어붙었던 동북아 정세는 일단 해빙의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유엔안보리와 관련 당사국들에게 탈퇴사유를 밝히는 통고문을 정식 발송하면서 가시적인 탈퇴수순을 밟아가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관련국들은 북한의 「결심」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판단,후속조치에만 골몰해왔던게 사실이다.
그것은 북한이 「핵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IAEA의 회원자격은 유지하면서 굳이 「핵무기의 확산을 금지」하는 NPT의 탈퇴를 선언한 것은 명백한 핵무기제조 및 소유의 요구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탈퇴선언 직후부터 외부로의 모든 통로를 차단하고 「준전시상태」를 가속화시켜가자 이의 뚜렷한 반증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러한 동결상황에서도 유일한 「통로」을 개설하고 있었던 중국은 북한의 탈퇴선언 직후부터 이제까지 한결같은 신중론을 제기해왔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하되 「북한을 극단으로 몰아가선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북한의 NPT 탈퇴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상정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거듭 밝혀왔던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도 없고 또한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켜 돌출된 행동을 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계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문제해결의 열쇠를 가져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 결과 미국 등 우방국과 충분한 사전조율을 가졌던 우리 정부도 중국의 중재역할에 기대를 갖게 됐고 급기야 한승주 외무장관은 17일 『중국측은 문제해결의 관건을 미국과 한국이 쥐고 있다는 입장이다』면서 『특히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뭔가 제의할게 있을 것이라고 중국측이 밝혀왔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즉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갖게될 것이란 사실을 중국이 우리측에 시사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 미·북한 양자간에 합의한 대화재개는 중국이 중재에 나선 결과이며 중국은 NPT의 주도국격인 미국과 이를 벗어나려하는 북한을 직접 자리에 앉힘으로써 스스로의 곤란한 입지를 적극적인 역할자의 입장으로 전환한 셈이 됐다.
미국은 당초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한 직후 북경에서 미·북한간의 참사관 접촉을 제의했다. 물론 북한의 탈퇴선언의 진의를 파악하면서 한편으로 북한이 탈퇴선언으로 얻고자하는게 무엇인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 북한은 현재 한반도에서 팀스피리트훈련이 진행중이란 이유를 들어 접촉 자체를 거절했다. 미국은 이를 『팀스피리트훈련이 끝나면 접촉이 가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현실적으로 북한과의 접촉통로 자체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17일에 있었던 미국과 북한과의 비밀접촉은 주중 미국대사관 직원들과 북경에 있는 북한 관리들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같은 「자리」를 주선한 것은 중국의 외교부장 전기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 외교부장이 그동안 중남미 5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14일 북경에 도착하면서부터 서울과 북경간의 외교망은 긴박하게 움직였으며 북경 현지에서도 노재원 주중 대사와 서돈신 중국외교부 부부장,김하중공사와 왕영범 중국외교부 아주국장,이빈 중국외교부 조선담당과장들간에 빈번한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내용은 『미국과 북한의 직접채널을 뚫어라』는 것이었다는 것.
내주중에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참사관 접촉」 대화는 미·북한간의 실질적인 공식접촉 창구이다. 양측은 지난 88년 12월6일 첫 접촉을 가진이후 2∼3개월마다 한번씩 공식접촉을 가져왔으며 지난해 12월까지 29차례나 「참사관 접촉」을 가져왔다. 따라서 이번에 제30차 참사관 접촉을 갖기로 양측이 합의했다는 사실은 양측간의 공식채널을 다시 가동한다는 의미이다.
양측은 그동안 이같은 참사관 접촉을 통해 적지않은 대화를 가져왔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남북 상호사찰을 포함한 북한 핵문제 해결 ▲남북대화 진전 ▲미사일 수출중단 ▲한국전때 발생한 미군 유해송환 ▲인권개선 ▲북한의 테러포기 ▲대미 비방금지 등을 촉구했고 북한은 미국측에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따라서 이번 제30차 참사관 접촉이 이뤄질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해 그동안 촉구해오던 핵문제 해결을 다시 촉구하고 특히 NPT 탈퇴선언 철회를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북한이 이같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북한에 대해 거의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접촉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든 그 해결점이 모색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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