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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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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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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도덕성 되찾기의 열기가 확산되면서 지금껏 어둠속에 짓눌려있던 일들이 밝게 재조명되고 있는건 바람직한 일이다. 이미 용팔이사건의 숨어있던 배후로 당시의 장세동 안기부장이나마 구속된게 그랬고,「못잡는게 아니라 안잡는 것」의 대명사였던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대해서도 수배 4년만에 검찰이 전담반을 만들며 검거특명을 내리기에 이른 것도 한가닥 기대를 걸게 한다. ◆이근안 검거에 쏠린 국민적 관심은 이 사건이야말로 대표적 5공 인권탄압사건의 하나였을뿐 아니라 그의 도피를 도와온게 분명한 비호세력의 실체규명 욕구 때문이다. 「공안만능」시절 그는 경기도 경공안분실장으로 있으면서 탁월한 고문기술로 권위주의 정권의 못된 심부름꾼 노릇을 다해 이름을 떨쳤었고,당시 그를 애지중지했던 세력이나 조직의 비호로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니 문민시대에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또하나 돌출되어 나온 큰 이슈가 바로 장준하씨 정치타살설 규명문제이다. 사상계 발행인으로 있으면서 반독재투쟁에 앞장섰던 장씨는 75년 8월17일 경기도 포천군 약사봉 계곡서 실족사한 것으로 발표됐으나 당시 사체를 검안했던 의사 조철구씨가 18년만에 입을 열어 타살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검안후 「남산」에 끌려가 「함구」 각서를 쓰고 소견메모마저 썼었다는 조씨는 이제야말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씨의 주장은 의학적으로 여러모로 타당성이 엿보인다. 검안당시 15m 절벽아래로 실족했다는 장씨의 사체는 비교적 말짱했고 오른쪽 귀뒤 후두부함몰 골절이 치명상이어서 타살뒤 옮겨진 것이 뚜렷해 보였다는 것이다. 조씨 역시 남산에 끌려갔었다는 주장이고 보면 이 사건도 차제에 철저히 규명되어 마땅하다. 검찰은 15년의 시효도 지나 재수사 계획이 없다지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문민정부의 개혁에 시민단체들도 호응을 보이는 시점이다. 모처럼 호응하고 동참기미를 보이는 국민적 부푼 기대를 용팔이사건서처럼 제한수사로 실망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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