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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주석에게/김경원칼럼(기류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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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주석에게/김경원칼럼(기류조류)

입력
199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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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정부는 지난 3월12일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귀하께서 정확하게 알고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귀하의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의 현지 조사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핵무기를 개발,생산 및 보유하고 있거나 그렇게 할 의도가 있음을 인정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물론 국제안보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 됩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귀하의 정부의 핵무기 개발정책을 그대로 방치할 가능성은 없어졌습니다.

○국제사회 좌시안해

그러나 사실은 귀하의 핵무기 정책은 국제문제이기전에 우리 민족내부의 문제입니다. 귀하의 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귀하가 동족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태도는 동쪽에 대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인간은 어떤 이유로도 동족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본인은 바로 이런 신념에서 주한미군의 핵무기도 철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실제로 그렇게 된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정부가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한국 국민들은 영구히 미국의 보호에 의존하든가,자체의 핵무기를 생산하든가 아니면 귀하가 통치하는 체제에 예속되든가 하는 선택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세가지 모두 한국 국민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들입니다. 우리 스스로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영원히 포기할 수는 없으며,한반도를 남북이 모두 핵무기로 무장한 핵지뢰지대로 만들 수도 없고 우리가 그많은 대가를 치르면서 쟁취한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귀하의 전체주의 독재앞에 제물로 바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뿐입니다. 귀하의 정부가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느정도 예의를 갖춘 설득방법으로 되지 않으면 유감스럽지만 강제적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귀하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가능한 설득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귀하도 알다시피 지난 몇년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귀하의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생산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주기를 기다리면서 가능한 모든 기회를 제공해드렸습니다. 국제 핵기구의 사찰방식에 대하여 남북 쌍방간의 확인절차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여러차례 설명해드린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귀하의 정부의 태도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강경해졌으며 드디어 전세계를 향해 도전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중국도 협조할듯

귀하의 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우선 국제원자력기구를 중심으로 좀더 진행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귀하의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와 협조하기를 계속 거부한다면,유엔 안보이사회가 귀하의 정부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하는 문제를 다루게 될 것입니다.

혹시 귀하는 이 문제가 유엔안보리에서 취급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제재조치를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면 큰 착오입니다. 지금은 냉전시대와 달라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서방국가들과 러시아는 세계 안보를 위한 건설적인 합의에 쉽게 도달하고 있으며 중국도 그런 합의에 정면으로 반대함으로써 고립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도 귀하의 정부가 핵무기를 갖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안보리가 취할 수 있는 제재조치는 경미한 것으로부터 군사행동까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되건 경제적 봉쇄를 포함할 것은 확실합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귀하가 세워놓은 경제가 이미 매우 고립된 자급자족형이기 때문에 외부경제로부터의 봉쇄조치가 얼마만큼 효과적일는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석유공급을 중단하는 경우,귀하의 경제와 사회가 어떻게 된다는 것은 귀하의 더 잘 알줄 믿습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린다면,귀하의 체제는 붕괴될 것입니다. 모든 공장이 문닫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송이 마비되고 어느 단계에 가서는 군도 기동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런 단계까지 가기전에 군이 귀하의 통치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귀하는 그런 사태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핵무기문제를 해결하든가 아니면 최근에 귀하측 인사들이 경고한 바와 같이 전쟁이 일어나는 사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귀하측이 최후의 수단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와 유엔안보리를 중심으로 모종의 집단안보 행동을 취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전자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후자를 선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핵무기 사용은 죄악

전쟁은 비극입니다. 특히 6·25동란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는 너무나 큰 희생을 뜻합니다. 그러나 귀하가 잘못 판단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귀하가 동족을 핵무기로 대량살상하는 범죄만은 사전에 방지해야 하는 도적적 결단의 순간에 놓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떤 경우에도 귀하의 체제의 멸망을 뜻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땅위에 또다시 전쟁의 재앙을 가져오는 엄청난 죄를 범하지 말기를 바랍니다.<사회과학원장·전 주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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