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우방국국내 여론도 의식/경협등 유화노력 유보 불가피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해빙의 기지개를 켜는듯했던 남북관계가 북한의 NPT 탈퇴로 이전보다 더욱 급격히 냉각될 조짐이다.
김영삼대통령이 15일 사실상 「핵문제 해결시까지 남북관계는 전면 동결이라는 강경한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통일원 업무보고를 받은뒤 당초 정부 통일관계자들이 마련한 「평이한 수준」의 정부 대처방안 대신 이같은 내용을 직접 밝힘으로써 지침의 「무게」를 더해주었다.
새정부는 당초 여러면에서 남북관계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리라고 예상됐었다. 김 대통령의 「민족우선」적 대북정책관,학자출신 안보관련 각료들의 면면과 그들의 평소 성향 등이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해주었다.
새정부내에서는 핵문제가 풀리지 않음으로써 처하게 될 내외사정 등에 비춰 북한 스스로 핵의 빗장을 열고 나오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기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김영삼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북정책에 있어 과감한 접근을 시도했다.
김 대통령 스스로 취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또 「민족」의 관점에서 북한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원칙도 표방했다.
안보관련 정부 요직인사들의 취임일성도 마찬가지였다. 한완상 통일부총리는 『민족문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핵을 포함,남북간의 모든 현안을 풀지못하란 법이 없다』는 말을 했다.
정부 최고책임자의 강력한 의사에 따라 이인모씨의 송환이 결정됐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15일 지시는 이같은 대북 유화국면을 일시에 반전시키는 내용이다.
김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먼저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측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이씨 송환 등에 비춰 핵문제에 대해서도 남측 정부가 유연하게 나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얘기다. 북한의 NPT 탈퇴를 극히 불쾌하게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시각도 담겨져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우방에 대한 연대적 대응이라는 다짐의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추측된다. 미일 등에서는 북한이 NPT 탈퇴를 계기로 핵문제를 국제적인 사안에서 한민족 내부의 문제로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기도하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해왔다. 또 이들은 북한의 조치를 계기로 주변열강들을 제쳐둔채 남북한 두 당사자가 나름의 사태해결을 모색하려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했었다.
이에 앞서 버거트 주한 미 대리대사는 통일원·외무부장관 등 주북 관련부서 당국자들을 잇달아 면담,북한의 핵문제가 미국 등 국제사회 공동의 관심사임을 새삼 강조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행동」 가능성을 경계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외무부 등을 중심으로 우리 정부에서도 이같은 우방의 시선을 의식해 이번 사태를 계속 국제적인 차원에서 다뤄 나갈 것임을 수차례 강조한바 있다.
결국 김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이에 대한 확고한 「담보」로 여겨진다.
그런가하면 김 대통령의 지시는 국내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새정부 외교안보관련 각료의 진보성향과 이씨 송환 등 일련의 전향적인 대북조치는 국내의 보수세력에 「불안감」을 준게 사실이다.
이씨 송환 결정후 한때 통일원 등에 『정부내에 진보성향의 인사가 너무 많다』는 식의 항의전화가 쇄도했던게 좋은 예이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자당에서 조차도 『대북문제가 정부가 너무 앞서가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15일의 국회 외무통일위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쏟아져나온 정부의 「정보부재」 「안이한 상황판단」 등에 대한 질타도 무시할 수 없는 국민의 목소리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이같은 여론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고 김 대통령도 이를 충분히 감안해 이날 강경한 지침을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어쨌든 핵문제로 인해 남북간에 채워져있던 단단한 빗장은 북한의 NPT 탈퇴를 계기로 더욱 견고해져가는 느낌이다.
이씨 송환문제를 계기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대화 분야에도 별 진전이 없을 공산이 크다. 다만 북한의 이번 결정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접촉제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경제협력 등 경제교류도 핵의 고리가 벗겨지지 않는한 제자리걸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남북경협의 준비단계로 여겨져 실무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검토의견이 제시됐던 우리 기업인들의 방북도 실현되기가 어렵게 됐다.
이씨 송환으로 진전이 예상됐던 이산가족 문제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우리측은 16일의 연락관 접촉에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북측의 성의있는 대응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나 북측이 응할지는 미지수이다.
이와함께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북한 당국내의 온건파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NPT 탈퇴를 결정한 배경을 놓고 북한내 강경파의 입지확대를 점치는 의견들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김 대통령의 이날 지침을 놓고 우리측에서도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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