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위주 원칙 고수속 보직인선 파격도/특수부 출신검사 중용 사정 칼날에 기대문민정부 출범후 처음 실시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수뇌부 인사는 당초 개혁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조직의 안정성을 중시,서열위주의 전통적 인사원칙에 머물렀다.
물론 일부 보직에 능력과 경험을 중시,발탁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연공서열이 강조됨으로써 조직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미흡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인사는 「사정기관부터 사정」한다는 새정부의 대원칙표명이 있었던데다 박희태 전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파장이 검찰 내부에 깊숙이 퍼져있던 만큼 물갈이 필요성이 소장검사들을 중심으로 어느 때보다 폭넓게 형성됐었다.
특히 6공시절의 벽돌쌓기식 인사관행과 지역편중 현상으로 침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인사운동」 등의 폐단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문민시대에 걸맞는 과감한 개혁적 인사가 시행돼야 한다는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론과는 반대로 ▲수뇌부의 급속한 교체는 조직의 동요를 가져올 수 있고 ▲과오나 비리가 없는 사람을 「개혁」의 희생물로 삼을 수 없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보·혁 갈등속에 인사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일부 간부의 숙정설,사시 8회 중용론 등 소문과 가지가지 분석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심각한 내부혼란이 거듭돼 왔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조직을 잘 아는 김두희 법무부장관 등 수뇌부가 「서열위주 승진」의 큰 구도아래 「보직은 능력위주」의 파격성을 가미함으로써 조직의 안정과 개혁욕구를 절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개혁성이 희석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박종철 검찰총장 기용에 따라 예상됐던 고시 15,16회 간부들의 사표제출이 3명에 그침으로써 인사요인이 기대수준에 못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서열위주의 원칙이 충실히 지켜져 고검장 승진인사에는 지난해 승진에서 누락된 고시 15,16회 검사장 8명중 3명이 승진했으며 사시 1회인 이건개 서울지검장이 고검장 대열에 입성,사시세대 고검장시대를 열었다.
검사장 승진에는 서울지검 산하 5개 지청장(사시 6회)이 모두 승진,지청장 실세화 원칙이 확고부동해지고 있음을 반증했고 3명만 임관한 사시 7회들도 나란히 승진,앞으로 검찰 주역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일선 12개 지검장 전보인사에서는 고시 16회인 인천·수원지검장을 제외하고 10개 지검장에 사시 1회∼사시 5회가 기용돼 크게 젊어졌다.
벽돌쌓기식의 원칙이 무너진 단적인 예는 최환 서울지검 남부지청장(사시 6회)의 대검 공안부장 발탁과 김종구 대전지검장(사시 3회)의 법무부 검찰국장 기용.
최 지청장이 고시 15회가 맡았던 대검 공안부장에 기용된 것은 앞선 기수에 공안통이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이번 인사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뽑힐 만큼 파격적이며 사시 2회 입성이 예상됐던 법무부 검찰국장에 김 대전지검장이 기용된 것도 발탁성격이 강하다는 편이다. 이와반대로 부산기관장 모임사건 참석자였던 정경식 부산지검장(사시 1회)이 초임 검사장 자리인 대검 공판 송무부장에 전보된 것은 문책성격이 짙다.
김도언 대전고검장(고시 16회)이 대검차장을 차지하고 송종의 대검 중수부장(사시 1회),정성진 대구지검장(사시 2회)이 각각 사정 및 부정부패 수사의 사령탑격인 서울지검장,대검 중수부장에 포진함으로써 특수부 출신이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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