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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사견/정병진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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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사견/정병진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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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그중 한부처의 최종정책 결정권자인 장관이 여러사람 앞에서 밝히는 「정책방향」은 비록 「사견」임을 전제해도 사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방향을 은연중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지는게 보통이다.이런 점에서 대학교수 출신인 한승주 외무장관이 밝힌 「솔직한 사견」들이 정부와 그가 이끄는 외무부내에 적지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장관은 최근 2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견」이라며 소관부처의 현안과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먼저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문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제도가 없어진다면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 그러면서 그는 「학자로서의 사견」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문제는 불과 한달전 외무부에 커다란 홍역을 안겨준 현안이었다. 미국의 고위당국자가 일본의 안보리 「진출」에 긍정적 뉘앙스를 풍긴후 유엔주재 한국대사관의 고위당국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서울의 외무부가 화들짝 놀라며 부인한 것은 당연한 수순. 아직도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가 곱지 않음을 서울의 외무부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펄쩍 뛰었다. 반면 일본 언론들은 반색했다.

다음은 쌀개방문제. 『쌀개방은 국내문제이지만 또한 국제문제이기도 하다. 언론이 국민과 정부를 잘 계도해 달라』

너무나도 당연하게 『쌀을 개방하게 된다는 얘기인가』라는 참석자의 질문이 이어졌고 한 장관은 『언론이 잘 계도해 달라』고만 얘기했다. 쌀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졌다.

새대통령이 소탈한 모습을 뵈주기 위해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국수를 먹는 장면이 TV에 나온 다음날 각 언론사에는 『왜 우리 쌀을 먹지 않고 수입밀을 먹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그만큼 온국민이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현안이 쌀개방문제. 한 장관은 이같은 국민정서를 잠시 잊어버린듯 했다.

한 장관의 「솔직한 사견」 피력에 대해 그의 교수경력을 들어 이해하고 긍정적 점수를 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외무부 관계자들은 물론 새정부가 원하는 것은 「교수」가 아닌 장관,그것도 가장 미묘한 사안을 언어로 다뤄야 하는 외무장관이다. 한 장관은 아직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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