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공무원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현행 노동쟁의조정법이 헌법과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지난 71년 국가비상조치법 이후 전면 금지돼오던 공무원들의 단체행동권이 다시 가능해지는 길이 열렸다. 오는 95년 12월까지 문제의 법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정으로 아직 2년여의 유예기간은 있다해도 문민시대를 실감케하는 획기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이에 따라 체신부의 우편배달원 발송원과 철도청의 기관사 보선원 역무원,국립의료원의 간호보조원 X선기사 보조원 등 소위 노무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공무원들은 입법부의 법개정 범위안에서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체행동권행사 가능대상과 절차는 앞으로의 입법에 달렸다지만 공무원들의 노동쟁의권이 원천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것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 세금에서 보수를 받으며 공익을 위해 주요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의 파업 등 단체행동은 기업체의 노조에 비해 엄청난 국익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입법과정에서 허용범위를 좁히려는 정부와 넓히려는 노동계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충분히 예상된다. 시대적 요청과 국민여론 및 어려운 경제현실을 두루 감안,합리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제기된다.
헌재의 이번 결정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할게 있다. 이미 지난 88년 2월에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공무원도 노동삼권을 가진다』는 내용으로 헌법조항(33조 2항)이 전향적으로 개정 공포됐고,이같은 헌법에 비추어 노동쟁의조정법이 부당하다는 소원이 제기된지 4년4개월이 지나서야 헌재가 어정쩡한 결정을 내린게 너무 뒤늦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지각결정은 좋게 보아 문민시대여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 소산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헌재가 법리에 앞서 지나치게 정치상황을 눈치보아온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이번 결정자체만해도 분명한 법리인데도 나라의 경제 및 노동현실로 고심한 나머지 입법부에 어려운 책임을 넘겼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국제노동기구(ILO)도 최근 복수노조인정 등 11개 권고안을 정부에 통보해옴으로써 이번 헌재 결정으로 촉발된 시대적 노동환경 개선욕구를 한층 가열시킬 조짐이다. 노동단체들이 벌써 구시대적 잔재가 남아있는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위해 연대투쟁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문민시대란 끊이지 않는 개혁과 개선의 기대속에서 새로운 난제들이 여전히 돌출될 수 있는 시기임이 분명하다. 그래선지 고통을 분담하자는 호소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노조의 단체행동권 문제도 시대적 명분과 현실적 고통분담을 아울러 헤아리는 보다 성숙된 자세속에서 타결될 수 있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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