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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총재의 임기중 퇴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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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총재의 임기중 퇴장(사설)

입력
199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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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한은 총재가 4년만기의 임기를 3년이나 남겨두고 1년만에 퇴진했으며 후임에는 김명호 은행감독원장이 임명됐다고 한다.우리는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가 3,5,6공의 군출신 대통령 정부들과는 근본적으로 궤적을 달리하여 이제까지의 체제·제도·관행들을 개혁,한국의 재도약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을 평가한다. 김 대통령 정권이 발족한지 채 20일도 되지 않았지만 부정부패의 척결,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행정부와 청와대의 개편,군수뇌부의 개편 등 국가적 정화운동과 대담한 인사쇄신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하다.

김 대통령의 개혁과 혁신의지는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같은 변혁기에 중앙은행인 한은의 총재임기만을 지켜줘야 한다고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한은 총재의 자리가 성역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가 경제정책 수행에 적당치 못한 걸림돌이 된다면 얼마든지 경질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은 총재가 한은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는 나머지 의식적으로 완고하게 통화안정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경제의 합리적인 운영에 배치되는 것이며 당연히 지탄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조순 한은 총재가 경질의 대상이 될말한 부적격자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조 총재가 지난 1년여 사이에 재무부 등과 정책적인 이견을 보인 적이 몇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투신사에 대한 무기한의 융자와 규제금리 인하에 대한 반대 등 한은 총재로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 그것이다. 조 총재는 증시의 주가도 원칙적으로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겨야 하며 인플레적인 자금지원으로 주가를 뒷받침한다는 것은 증시부양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증시의 왜곡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입장이었다.

규제금리인하 반대에 있어서도 돈을 풀어 금리를 낮추어 소비와 투자의 증대를 유도하여 경기를 자극하던 케인즈식의 경기부양시대는 지나갔고 산업구조 조정,기술개발 등 산업경쟁력 향상에 의하지 않고는 경기부양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통화팽창을 억제,통화가치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제1의 직분인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당연히 주장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정부로서는 한은 총재의 이러한 합리적이고 독자적인 입장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조순총재의 경질사유가 무엇인지 정부로부터 확연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지상을 통해 전해지는 바와 같이 정부 특히 재무부측과 대립되는 「독립적인 주장」이 그 원인이었다면 이번 경질은 정부의 자가당착이 아닌가 우려한다.

정부는 금리자유화 등 금융자율화의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가능한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김영삼 행정부는 간섭,규제보다는 자율,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관에서 먼저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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