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3.03.14 00:00
0 0

극단 「신협」이 다시 태어난다. 소생의 계절을 알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잊혀진 옛 사람의 추억이 떠오르는듯한 설렘마저 느낀다. 신협의 발자취는 공연예술과 신극사의 큰 줄기나 같다. 황무지를 개척한 형극의 길이라 할만하다. 처음 태어난 토양부터가 불모지였다. 신협의 독보적인 위치와 활동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무대예술의 위업으로 평가될 것이다. ◆창작극과 번역극을 가리지 않고 무대에 올려 당대의 예술감각을 자극하고 고양시켰다. 6·25로 중단된 「전우」의 감동은 주옥처럼 영롱하다. 전쟁으로 황폐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위안과 예술의 가치를 뿌리고 일깨웠다. 셰익스피어에서 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유진 오닐,아서 밀러,테네시 윌리엄스 등 고전과 현대극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공연되자 지식인이나 문화인은 물론 학생들까지 흥분케하는 연극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창당의 주역들은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들의 이름은 기라성처럼 기억된다. 이제는 「왕년」에 묻혔으나 신협을 거쳐간 명우들의 얼굴은 다채롭다. 신극의 거목 이해랑씨를 비롯,서월영·김승호·허장강·주선태·최남현·박암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생존자로 원로연극인 김동원·황정순·장민호·최무룡·최은희 등 유명 인기스타가 즐비하다. ◆잘 나거나 못나거나 신협의 얼굴은 우리 연극사의 간판이다. 성쇠가 무상한 탓인가,짧지만은 않은 전성기가 지나면서 신협과 연극은 함께 퇴락기에 몰렸다. 창극이 옆구리를 찌르고 영화에 역공을 당했다. 유명과 인기를 업고 단원들이 흩어졌다. 한국일보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는 재기공연이 크게 성공하며 연극붐이 재생하는가 했으나 약효가 오래가지 못하고 말았다. 만인의 기억에 남은 신협은 만인의 망각속으로 사라져가는 애절한 운명을 겪는다. ◆그러나 열성과 사랑은 살아 남았다. 「꿈이여 다시 한번…」을 기약한다. 새로 태어날 신협은 「신·신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설 무대까지 확보한 출발은 그런대로 탄탄한 셈이다. 역사에 뿌리내릴 명극단의 기약이 다시는 좌절을 겪지 않기를 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