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서방 「등거리입장」 유지할듯/중국/서방과 공동보조… 진의파악 총력/러시아▷일본◁
○「논리적 결정」 분석
일본정부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남아있는 3개월내에 북한이 탈퇴결정을 철회하도록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기본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는 이번 북한의 탈퇴가 국제사회에 완전히 등을 돌리려는 적대행위인가,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특별사찰을 둘러싸고 시간을 벌면서 미국과의 협상 실마리를 찾기 위한 것인가를 파악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번 결정이 북한의 「위험한 도박」이며,동아시아의 평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북한의 탈퇴결정은 핵사찰을 거부하기 위한 「논리적 결정」으로 보고 있다. 즉 핵개발 의도를 확실히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정부는 이에 대한 첫 조치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했다. 통산성은 13일 북한에 대해 기계,화학관련 제품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들 품목은 일본으로부터의 대북한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통산성은 이와함께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북한과 우호관계에 있는 시리아,리비아 등에 대한 이들 품목의 수출도 규제키로 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경제제재의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경제는 심각한 외화부족 등으로 무역량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에 경제제재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일본의 경제제재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것이다.
현 북한경제는 재일 조선인들이 투자 및 기부의 형태로 북한에 보내는 연간 50억∼1백억엔의 자금으로 겨우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이와함께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등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북한이 노리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것이 잘못된 계산임을 북한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을 웃는 낯으로 대할 경우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북한 접근을 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의 탈퇴로 2년간 계속되어오던 일 북한 국교정상화 교섭은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도 이 점은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북한을 계속 궁지로 몰 경우 「예상못한 돌발행동」의 가능성이 커,양국간 협상의 문은 계속 열어놓는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정부 일각에서는 『팀스피리트가 끝나는 4월 중순이후 북한이 유엔까지 탈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동경=이상호특파원>동경=이상호특파원>
▷중국◁
○캐스팅보트 역할
한중수교이후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대로 악화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에는 그래도 「사회주의 동지국으로서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다.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으며 중국은 현 시점에서 사실상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의혹문제로 야기된 남북한간의 긴장관계속에서 어느쪽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신중한」 남북한 등거리 자세를 취해왔다.
북한의 NPT 탈퇴선언 하루전인 11일 외교부의 주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의 팀스피리트훈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북한 입장을 거들었다. 그러는 한편 김정일의 준전시상태 선포선언과 관련해서는 『화해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완곡하게 북한의 긴장조성행위를 간접 비난했다.
북한의 NPT 탈퇴이후에 발표된 성명도 이같은 「등거리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두문장으로 된 이 성명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중국정부의 일관된 입장임을 먼저 강조하고 화해와 안정을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NPT 탈퇴로 야기된 이번 사태가 핵비확산조약의 보편성 원칙에 합당한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제적 핵확산금지체제에 대해 가장 노골적으로 도전한 북한에 대해 「번복」을 촉구하거나 「우려」를 표명한 다른 핵보유 강대국의 자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중국도 핵보유 강대국으로서 북한의 핵의혹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서방국들과 분명하게 공동보조를 취했다. 하지만 이 사안이 유엔안보리에 이관되는 것에 결코 지지하지 않았다. IAEA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국측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안보리이사회로 이관될 경우,중국측의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안보리에서 단 한차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북한이 IAEA의 특별 핵사찰을 거부,이 문제가 안보리에 상정되어 경제제재안이 채택되는 경우에는 중국도 이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는 무척 높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은 중국이 유일하게 남은 「사회주의 통치국」 북한의 목을 가장 적극적으로 졸라야 하는 형국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등 서방국은 중국이 명확한 입장을 취한다면 북한이 특별 핵사찰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중국의 명확한 입장표명과 대북한 설득에 나서도록 외교노력을 경주해왔다. 북한 역시 반대로 중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외교적 총력전을 펴왔다. 주중국 북한대사 주창준은 지난 2주동안 2차례의 외신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대한 특별 핵사찰이 실시된다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거듭 거듭 밝혔다. 이는 한반도의 안정을 원하는 중국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속셈도 들어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앞으로 중국측이 취할 태도를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중국은 서방측의 강경대응으로 사태가 에스컬레이트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두번째로 북한측이 비록 NPT에서 탈퇴를 선언했다해도 북한이 IAEA 특별사찰에 대한 수용여부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 3월25일까지는 현재와 같은 철저한 등거리 입장을 지속,어느쪽에도 경사되지 않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그에 따른 국익을 저울질한뒤 자신들이 3월25일이후 취할 태도를 흘려 양측 자세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치려할 것이다. 중국의 선택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때 우리측에 호의적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 단계로서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남북한 유엔가입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의혹 해소문제에 있어서의 중국측의 캐스팅보트 역할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한차원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러시아◁
○외무부 번복 촉구
러시아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에 커다란 우려를 표명하면서 NPT 체약국인 미국·영국·프랑스 등과 긴밀한 협조를 해나가기로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2일 하오(한국시간 13일 상오) 성명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이 핵시대에 있어 각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인데 북한이 이 체제에서 이탈한다는 점을 크게 우려할 수 밖에 없으며 결코 무관심하게 대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어 『NPT의 준수가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의 안전에 매우 중요한 만큼,북한의 탈퇴로 인한 상황의 중요성에 비추어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알 수 없어 정보수집을 한뒤 북한의 진위를 파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남북한중 어느쪽의 입장을 지지한다기 보다는 핵을 보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국가에 대해서는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이같은 관점에서 이라크 이란 등과 함께 북한을 「잠재적 핵위협국」으로 분류,동태를 예의주시해왔었다.
지금까지 러시아가 IAEA나 유엔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러시아 외무부의 성명이 『NPT의 준수가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북한이 탈퇴선언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한 고위관리는 북한의 강경조치를 취하게 된 까닭을 분석하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IAEA의 핵사찰 의도에 대해 잘못된 보고를 받고 상황을 오판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이와함께 북한이 미국 등 서방국가의 의지를 시험해보려는 의도로 이같은 조치가 나올 수도 있으며 북한 내부의 온건파와 강경파간의 대립에서 나온 「좌충수」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가 취할 구체적인 조치가 무엇인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나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을 가중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에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도록 긴급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의 한 고위관리가 주평양 대사관 철수통보설과 관련,『평양주재 대사관에 전화를 해 외교관 철수명령 여부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한 점을 미루어 볼때 러시아가 상황파악과 정보수집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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