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포용·대여 노선 시험대에/당분간 입지굳히기 주력 예상「이기택정치」는 어떤 모습을 그려갈 것인가.
완전경선을 통해 새로운 입지를 갖게된 이기택 민주당 대표의 정치행보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롭게 당을 이끌어갈 이 대표에게는 대통령선거 패배이후 야당 전열의 재구축이라는 과제가 안겨져 있다. 그런데 이는 개혁의 새이슈를 김영삼정부가 차지해 버리면서 쉽지 않은 문제가 돼있다.
이 대표는 또 경선후유증을 추스르고 당내 안정을 이루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함께 경선을 거친 최고위원 8인의 면면 등으로 이 역시 녹녹지가 않다.
이러한 당내외의 난제들에 비해 이 대표의 정치스타일은 「우유부단」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대표가 지금까지 구사해왔던 나름대로의 정치방식이 달라진 위상과 입지,외부환경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별로 없다.
이 대표의 앞으로의 정치행보가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당분간 민주당이 깊이 모색해야 하는 야당 전체의 진로설정과도 밀접하다. 이 과정의 성패여하는 「문민시대」의 야당에는 사활에 속하는 문제일 수 있다. 야당출신 대통령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야당으로서는 까다로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5년후 정권교체에 재도전하는 토대를 만들어가는데에는 앞으로 2년간의 이 대표체제가 성공적으로 작동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체제 착근을 위해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넉넉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이 대표 정치행태에 밝은 한 민주당 인사는 『이 대표에게 주어질 평가는 최악 아니면 최상이 있을 뿐』이라며 『이러한 평가는 이제부터 6개월,길어야 1년이면 판가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말은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정치적 실속을 차리곤 하는 방식으로는 현 상태의 야당 문제가 결코 풀릴 수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대표의 사고범위와 행동양식이 크게 탈바꿈돼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이 대표는 양김시대이후 야당의 법통을 다시 이어 받은 장본인이 됐고,스스로는 당권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야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를 노리고 있음직하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로서는 정치일생의 최대 전기를 맞게 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어떻게 출발시킬지가 주목되는 것이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체제를 이 대표체제로 말할 수 있는 소지는 지도부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제 당론 결정방식을 택한 민주당이 이 대표의 의중대로 움직여주지 않게 돼있는 것이 엄연한 구조이다. 사실 이 대표는 2차 결선투표까지 가면서 불과 3백47표차의 근소한 우위를 얻었을 뿐이다. 이는 비주류를 포함,당내 저항기류를 안은채 민주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 대표로서는 당분간 당내 입지를 굳히는데 상당한 주력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동교동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지만,범신민계의 이완된 분위기를 싸안고 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이 대표는 타협과 포용의 자세를 취해야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는 곧 예상되는 당직개편 과정에서 그 여부가 읽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그의 당내입지가 여기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대여관계에 있어서 이 대표의 착지점도 주목거리이다. 내부사정상 이 대표는 강경·선명의 기본노선을 택할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 대표가 내외에 처한 문제를 접근하는데 선명의 기치를 내거는 것이야말로 가장 쉬운 방식』이라고 말해 선명노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자칫 야당의 구태에 식상한 국민정서에 배치되는 역효과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반대와 비판만을 전유물로 삼아온 구시대 야당 지도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자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대표 나름대로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김영삼대통령과의 대각관계속에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들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성숙된 대여 협력의 모습도 함께 수반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대표가 구사할 강경과 타협의 조화가 관심거리이다.
요컨대 「이기택정치」는 아직은 속단을 불허하는 불안정성을 지닌채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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