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적 수술수단 “영변 공중폭격” 준비/IAEA 주도 국제제재조치도 병행북한은 한미 양국이 그동안 우려해온대로 핵사찰 문제에 초강경 대응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공노명 주일 대사 내정자는 지난 10일 남북 공동핵통제위 한국측 대표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고위정책담당자들을 만난뒤 『북한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대책도 서로 협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엉뚱한 행동을 하지 않기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워싱턴을 떠났다.
한미 양국은 그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비롯한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당한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북한 정책은 두가지 밖에 없다.
첫째는 북한에 대한 「외과적 수술」,즉 공습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해 이라크에 비해 볼때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도널드 자고리아 교수(뉴욕 컬럼비아대)는 지난 2월 하원 외교위 증언에서 『미국은 이라크 핵문제나 중동평화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특사를 파견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느슨하게 대처해왔다』고 비난했다. 3월들어 열린 상원 정부관계위 청문회에 나온 제임스 울시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입장을 취했다. 울시 국장은 당시 북한이 이미 원자탄 1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해 내놓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정보가 클린턴 정부에 의해 갑자기 수집된 것도 아니고 보면 울시 역시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를 심각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91년 중반 국제원자력위원회의 대북한 핵사찰 여부가 국제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을 때 소위 「외과 수술적 처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고조됐었다.
당시 하원 동아시아 및 태평양관계 소위원회에서는 수차에 걸쳐 이 문제를 두고 청문회를 열었으며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의 세미나서도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됐었다.
미국정부측은 「외과수술」에 대해 어떤 확언을 한 일은 없었다. 그러나 91년 1월의 이라크 공격을 통해 이미 고성능 정밀공격무기를 실전 사용한 경험이 있는 미국으로서는 인공위성을 통한 정밀감시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필요한 경우 외과수술적 처리를 검토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86년의 리비아 공격과 91년의 걸프전에서 도심에 있는 건물을 공중공격으로 파괴하는 무기를 성공적으로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 영변의 경우는 특히 인구밀집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여론의 저항을 크게 받지 않으면서 이를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도하는 국제제재조치를 차근차근 진행해 대북 압력을 강화해가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취해온 대북한 해관계정책을 보면 비록 느슨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단 한번도 원칙을 바꾼 일이 없이 그대로 추진해오고 있다. 그 원칙은 북한이 IAEA의 사찰을 전면적으로 받아야 하며 남북 상호 핵사찰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IAEA의 오만한 태도」 「한반도 핵무기의 철수확인」 「팀스피리트훈련의 연구중단」 등의 이유를 내면서 IAEA 사찰과 남북 핵 상호사찰을 피할 구실을 거듭 내세워왔지만 미 국무부 성명은 변함없이 『IAEA의 전면적인 사찰과 남북 핵 상호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일관돼왔다.
북한 핵문제는 결국 유엔안보리에 상정될 것이고 안보리는 경제제재조치→경고→일정한 실력행사의 순으로 일을 진행시키게 될 것이다. 사실 북한은 유엔의 이런 조처를 막아낼 수단이 별로 없다. 세계여론이 우선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규탄하고 있고 과거의 후원자였던 러시아도 북한 핵개발을 비난하고 있으며,중국 역시 IAEA 결의과정에서 북한문제가 유엔에 제기되면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적이 있다.
북한은 김일성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의 무조건적인 충성만을 강요해온 결과 국제여론을 도외시한 무모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런 엄청난 독재체제에서 아무도 「지금은 합리적으로 행동해야 할때」라는 말을 김일성에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당장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은 북한 IAEA 탈퇴선언에 관계없이 진행될 유엔의 제재조치를 지켜보며 결국은 실력으로라도 핵개발 조처를 저지하려 할 것이 확실하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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