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인사 뒷공론,재산공개 시비가 아직도 무성하다. 모여 앉은 자리마다 화제는 그 둘뿐이다. 다음은 그런 화제의 녹음 한토막.『재산공개라는 것,꼭해야 하나』
『해야지』
『일이 그렇게 간단할까』
『왜?』
『무엇보다 재산공개는 법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재산공개를 강행해서 부=부정의 도식이 생긴다면,온전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모르는 소리. 재산공개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정치적 결단의 문제야. 새대통령의 대선공약 제1호가 「깨끗한 정부」 아닌가. 그 공약의 실천방안 제1호가 재산공개고. 그렇다면,그를 후보로 내세우고 「깨끗한 정부」를 제창했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법이 이렇다 저렇다 할 수가 있겠나? 적어도 그를 받든다는 장관이나 여당 국회의원들은 결단을 해야지』
『그래도,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닌 이상,법은 법이지』
『정 그렇다면,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 재산공개제도를 빨리 법제화하는 것이 순리다,그러나 정치적 결단을 요구받아 마땅한 사람들 정무직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그 이전에라도 재산을 자진 공개한다,그런 사람을 제외한 직업공무원들은 새법이 생긴뒤 그 법에 따라서 재산을 공개한다』
『그런게 순리인지는 모르겠으나,이번 재산공개 시비는,내가 보기엔,모를 일 투성이야. 첫째가 재산을 얼마라고 공개하는 것이 「정답」이냐는 투의 화제들. 재산공개에 무슨 「정답」이 따로 있나? 있는 그대로면 그만이지. 그리고 이미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을 등록해 놓은 사람들이 그런 「정답」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 그 똑똑한 사람들이,나는 재산을 거짓 등록했습니다 자백하는 꼴이 아닌가. 그래서 더 웃기는 것이,언제까지 재산을 공개하겠노라고 여유를 잡는거야. 내 생각 같아서는,재산등록 서류를 한장 복사해다 제출하면 그만일 것도 같은데』
『하지만 그 결과가,인민재판이라면 문제라는 거야』
『그러니까,있는 그대로를,자세하게 공개해야지. 이 재산은 상속받은 것,이 재산은 집사람과 맞벌이해서 산 것,이 재산은 언제 얼마에 샀는데,지금 시가는 얼마다. 그뒤 판단은 임명권자나 유권자에게 맡겨야지』
『그래도 말이 많을텐데 많으면 많다고,적으면 적다고』
『그야 당연하지. 돈과 인사는 본디 말이 많은거야. 그게 싫으면,공인입네 하지를 말아야지』
『그렇다면,내가 얘기를 하나 하지. 미국 포드 대통령때 부통령이 석유재벌 3세인 넬슨 록펠러인데,재산을 공개하자니까,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가 있어야지. 우선 「3천3백만달러쯤」이라고 했다가,한참만에 73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제출하면서,다시 계산해 보니 「6천3백만달러쯤」이더라고 정정했다는 거야. 그런데 이 재벌 3세는 이혼수속관계로 관청에 갔다가 수수료 3달러가 없어서,옆사람에게서 돈을 꾸어서 냈다는 화제의 주인공이거든. 돈은 많아도 화제,없어도 화제라는 얘기인데,록펠러의 재산공개 소식을 듣고 또다른 석유재벌 폴 게티가 촌평하여 왈,자기 재산이 얼마인지를 아는 사람은 진짜 부자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기 재산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대통령후보가 있긴 있었지만,지금 우리나라의 재산공개가,미국식으로 화제나 뿌리고 지나갈 수는 없을걸』
『그럼 나도 애기를 하나 하지. 새대통령이 대선뒤 애독했다는 「정관정요」(당태종의 치적을 기록한 제왕 학서)에 재산공개 사례가 하나,나오거든. 얘기인 즉,우형장군 진방복이 불법으로 역가의 밀기울 몇섬(석)을 차지했다는 것인데,당태종은 그 밀기울을 거두어다 장군에게 하사하는 대신,장군이 직접 짊어지고 가도록 함으로써 업신여김을 당하게 했다는 거야. 어떤가,이게 바로 재산공개 아닌가』
『말하는 뜻은 알겠네만,재산공개로 어떤 사람의 과거 흠집을 밝힌다는 것보다는,이런 계제에 이 땅의 공직관을 바로 잡는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 돈푼이나 만지게 됐다고,그 돈의 내력은 덮어둔채 공직을 넘본다든가,공직을 빌미로 돈을 넘본다든가,더 심하게 돈과 권력과 명예를 다 누리겠다든가 하는 따위는 사라져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이 재산공개가 새정부 개혁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일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겠지. 어떻게든 재산공개를 성사·정착시킨다고 생각해서,재산공개 당사자들은 좀더 떳떳해야겠고,그 내용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좀더 대범했으면 해.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기대가 지금처럼 높을 수가 없을텐데,언제까지 그런 문제를 왈가왈부할 건가』
『하긴 그래. 국민의 공감과 기대가 언제 실망으로 바뀔지 모르는 판에,들리느니 가십성 인사 뒷얘기요,재산공개 뒷공론뿐이라면,이래 가지고야 개혁을 어제 하겠나? 진작 마련했다던 개혁프로그램이,이래도 온전할까?』
『그래서 내가 셈을 놓아보니 1826 마이너스 17 이퀄 1809야』
『그게 뭔데?』
『일수로 환산해본 새대통령의 임기중 17일이 지났다는 얘기야. 새정부의 허니문(밀월기간)을 1백일로 잡는다고 할때,그야말로 금싸라기 같은 17일이 말이야』
『그래. 이제 여·야당의 정비도 끝이 났으니,일을 해야지. 박수를 칠만한 개혁의 청사진이 나와 주어야지』<상임고문>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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