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이 화려할수록 그 나무에는 가시가 많다고 한다. 「서울시장자리」는 그래서 화려한 장미꽃에 곧잘 비유하는가 보다. 명예롭고 화려하기로야 장미꽃이 어떻게 「서울시장」을 당해 낼 수 있겠는가.막중한 책무로 따져서도 그러하지만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맘모스 도시를 대표한다는 수도 서울시의 장이라는 자긍심 또한 여간 대단한게 아니다. 그러나 서울시장자리는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날 없는」 격으로 하루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좌불안석이기도 하다.
시 본청의 1실·1원·4본부·13국·3담당관·72과의 1급부터 9급에 이르는 6천5백여명의 공무원과,22개 구청·5백19개 동·69개 사업소의 공무원 5만여명 등 5만6천5백여 일반직 공무원들을 거느려야 한다. 산하 5개 공사의 준공무원 1만1천명과 청소미화원까지 포함하면 「1인지하·7만지상」으로서 7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며 1천1백만 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하는 그런 자리다.
시정의 대부분이 시민생활과 맞부딪치는 것이어서 시민이 쏟아내는 민원과 민원이 가실 날이 없다. 그 많은 공무원들중에는 「어물전의 골뚜기」도 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복마전」이란 오명을 아직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 장미꽃나무의 많은 가시들은 꽃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지만,시장자리의 「가시방적」은 자칫하면 그 주인을 찔러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욕수」란 알듯말듯한 말을 함부로 써가며 노란 헬멧을 쓰고 철거반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던 불도저시장은 서울이 현대도시로 발전하게 하는 기본가로망을 뚫는 등 그 많은 업적이 하루아침에 와우아파트 붕괴에 깔려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었다. 지하철 1호선을 착공·개통해 서울의 지하철시대를 열었고 4년4개월17일로 최장수를 기록한 황소시장 역시 지하철 개통 바로 그날,「8·15총성」으로 가시에 찔리고 말았다.
미국 서부극의 대스타 존 웨인을 닮은 호방한 풍모와 활달한 성품의 멋쟁이 시장은 쭉 뻗은 도시계획선을 구부려 긋게해,황야의 무법자란 별명이 붙었었다. 목에 철근을 대기라도 한듯 고개를 반듯이 세우고 다니는 거만한 처신으로 콘크리트 목을 가졌다고 비웃음을 샀던 시장,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를 자주 쓰면서 스스로는 영국신사를 흉내내려했지만 속이 빈 꺽다리로 밖에 인정받지 못한 시장도 있다. 올림픽준비를 하느라 많은 일을 했으면서도 공무원들을 달달 볶아 주사밖에 안되는 인품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던 어떤 시장은 끝내 영어의 몸이 되는 치욕을 당해야 했었다.
전광석화처럼 두뇌회전이 민첩했으면서도 입 또한 너무 빨라 손해를 자초한 꾀돌이시장에,「행정의 달인」으로 항상 심려원처해 퇴임 2년이 넘었는데 『가장 나았다』는 뒤끝이 좋은 시장도 있기는 했다. 수서수렁에 빠져 53일의 단명시장이 있는가 하면,50년대나 통하던 낡은 행정이론을 앞세우는 옹고집과 현실을 외면한 엉뚱한 발상으로 몽유시장이 됐던 이도 있으며 간선도로에서 담배꽁초나 주워들고와서 관할구청장을 불러세우고 호통치던 핏대시장도 있었다.
어찌됐던 이제 「서울시장자리」는 정치적인 거물이 앉을 자리도 아니고 대스타를 길러내는 자리도 아니다. 홍수처럼 불어나는 차량으로 해서 미구에 차를 타는 것이 걷는 것만도 못하게 될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등 교통문제를 비롯,쓰레기문제·환경문제·주택난 등을 슬기롭게 풀 생활행정의 시장을 필요로 하는 그런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의 표본과도 같은 이원종 새 시장은 서울시에서 공직자로서 잔뼈가 굵었고 입신한 한 수재다.
명석한 두뇌,재빠른 행동력 그러면서도 공식석상에서 얼굴 한번 붉히는 것을 보이지 않은 자상함과 합리적인 일처리 솜씨로 해서 더할데 없는 명참모로 정평이 났던 그가 시장으로서는 어떤 형으로 평가받게 될지 이제부터 지켜볼 참이다. 명참모가 과연 명시장이 될 수 있을는지 기대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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