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이 전국 방송망을 통해 중계되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새정부의 사정의지를 전국민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알리기 위한 배려가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비리와 부조리가 이제부터는 공직사회에서 용서될 수 없을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김영삼대통령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선전포고한데 이어 이회창 감사원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강을 밝힌 셈이다.
이 원장은 감사운영 방향에 대해 『감사원의 회계감사와 직무감찰 등 두가지 기능중 직무감찰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앞으로 비리적발과 처벌일변도의 미시적 감사보다 부정부패의 근원적 해결을 추구하는 거시적 감사를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직무감찰기능을 맡고 있는 기구를 확대개편,특별감찰기구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그리고 감사원 민원신고센터와 부당한 압력이나 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신고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아울러 밝혔다.
과거 감사원의 감사가 너무나 형식적이고 소극적이었다는 반성에서 새로운 자세와 결의로 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 같다.
공직사회에서 공공연하게 활개쳐온 비리와 부조리의 엄청난 현실에 비하면 감사원이란 사정기관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그 활동이 미미했다. 잡았다해도 송사리 몇마리 정도에 그쳐 사정기관의 흉내만 내다마는 셈이었다. 대형비리나 대규모 부조리는 손을 대지 못했고 구조적이고 원천적인 부정근절 역시 엄두도 내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힘있는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대해서는 움츠릴 수 밖에 없었고 힘없는 몇개 민원부처에서나 형식적으로 몇건을 적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러한 과거를 의식한듯 이 원장은 『법에 따라 감사대상이 되는 기관과 사람은 어느 누구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성역없는 철저한 감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말이 거짓없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국민들은 주시할 것이다.
정말 이제부터 감사원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기 시작한다면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나 실명제 등의 실시과정과 실사를 통해서도 여러가지 비위와 비리를 들출 수 있을 것이고 세무 금융 건축 토지형질변경 식품위생 환경 교통 소방 등 많은 국민이 관련된 분야만해도 손댈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성역없는 엄정한 감사에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정부패는 감사원의 활동강화만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체국민과 공직자가 한마음이 되어 스스로 깨끗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탁 압력신고제와 민원신고센터도 신설한다니 공직자와 국민이 왕성한 고발정신을 발휘할 수 있기를 아울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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