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사건의 숨은 배후로 밝혀진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구속됐다. 그로서는 지난 6공때에 이어 두번째 구속이며,지난 6년간 묻혀져 올 수 밖에 없었던 구시대 표본적 정치공작사건의 뒤늦은 결말이다.장씨 구속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먼저 지난 세월 우리 사회를 짓눌러온 「검은 정치공작」의 주역이 권력자의 비호를 받던 안기부였음을 명백히 밝혀낸 점이 꼽힐만하다. 장씨가 통일민주당 창당방해 자금으로 안기부 정보비 계좌에서 5억원을 지급한 것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장씨 구속의 또다른 의미는 시대적 상징성에 있다. 이번 사건의 뒤늦은 배후규명이야말로 문민시대를 맞아 구시대적 정치공장을 더이상 용인치 않겠다는 개혁의지의 표상이라 할만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건당시 이미 폭력배에 살포된 수표추적을 통해 안기부 자금이었음을 충분히 감지하고도 이제까지 덮어둬온 검찰이 느닷없이 묵은 사건을 꺼내 장씨를 서둘러 구속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안기부가 정치와 시국사건 수사개입에서 손을 뗀다는 등의 근원적인 변신 몸부림을 보이고 있음도 엄청난 오늘의 시대적 변모와 사회내부의 성숙을 실감케하는 것이다.
이같은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장씨 구속은 수사의 졸속과 축소지향 기미를 여전한 문제점으로 남기고 있다.
먼저 검찰이 장씨 구속만으로 사실상 배후수사를 종결하면서 용팔이사건 배후지원을 어디까지나 장씨 개인선에서 끝난 것으로 보려한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실제로 과거 온갖 정치공작의 센터가 안기부였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장씨는 바로 그같은 특수조직의 부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용팔이사건을 공작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관련책임은 장씨로만 한정되고 그 조직의 실제 공작 관련부서의 관련자는 없다는 검찰설명은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옹색한 설명이나 미진한 수사종결 기도야말로 이번 사건처리의 큰 흠결이 아닐 수 없다. 기왕에 수사에 나선바에야 장씨뿐 아니라 안기부내 관련부서나 특수공작에 유관한 실무책임자들과 조직에 대해서도 아울러 파헤쳤어야 옳았다. 어두운 과거의 철두철미한 청산없이 어떻게 안기부가 거듭날 수가 있겠는가. 시중에는 현재 문민정부의 각료로 임명된 당시의 안기부 1차장 때문에 수사가 축소되었다는 억측도 없지 않은 형편이다.
또 달리 지적할 것은 장씨의 방자한 검찰 진술에 따른 추가 수사의 필요성이다. 장씨는 검찰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정치인·교수·학생·노동자 등 각계 각층 사람을 만나 정보를 제공받는 대가로 정보비를 주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는데,이같은 폭탄진술이야말로 용팔이사건을 오히려 능가하는 놀라움을 모두에게 안겨주는 것이다. 일파만파의 이 진술은 국가적 개혁을 추진하는 마당에 반드시 추적되고 규명되어야 마땅하다. 제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없고서야 어떻게 악질을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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