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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재산공개 개혁정치 지표로/진통끝 20일까지 마무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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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재산공개 개혁정치 지표로/진통끝 20일까지 마무리 결정

입력
199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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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축재자 도태… 정치권 재편 소지민자당은 10일 당무회의에서 소속의원 당무위원의 재산공개를 20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결정으로 재산공개를 둘러싼 당내의 설왕설래는 일단 「무조건 실행」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자당의 이같은 결정은 일각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새정부의 개혁정치가 계속 추진될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도 명분있는 재산공개 대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결국 정치권 전체의 재산목록이 국민여론의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치권의 재산공개는 한국정치사상 처음 시도되는 「혁명적」 사건이어서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재산을 은폐하거나 불법적으로 축재한 정치인은 퇴진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인 재산증식을 이룬 경우라 할지라도 국민감정을 자극할 만큼 막대한 부를 가진 정치인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어내야만 할 처지가 됐다. 지역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정치경쟁자들의 폭로·비방도 잇따를 조짐이어서 이전투구식 후유증도 예상된다.

민자당 의원들이 재산공개후 상당기간을 「홍역을 앓는 시기」라고 표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여권에 몸담아온 민정계 의원은 상대적으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어 공개후의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사실 당내에는 『민정계 의원 상당수가 여론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고,결과적으로 정치권의 물갈이 작업이 진행되는게 아니냐』는 걱정들이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전후 사정때문에 그동안 재산공개의 신중론이 막후에서 만만치 않게 제기됐었다.

특히 새정부의 일부 각료들이 도덕성 시비로 중도하차하자 『곳곳에 저격수가 있는 상황에서 대책없이 재산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더욱 강해지기도 했었다. 워낙 개혁분위기가 드센 관계로 공개적인 반발은 없었지만,일부 의원들은 우려섞인 항의는 박관용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직·간접 경로로 전달됐다. 그중에는 『그 목적이 청렴정치를 빙자,세력재편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민자당의 「가슴앓이」는 9일 반전의 계기를 맞기도 했다. 민자당측이 『국회차원에서 의원 재산공개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고 제의했기 때문이다. 이를 받아 민자당의 한 고위인사는 『4월 국회에서 공직자 재산등록법을 개정,법에 따라 공개토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제의는 「명분에의 동참」이라는 측면도 있지만,여야 협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타결때까지는 공개 유보」라는 속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민자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재산공개는 일시 유보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박준규 국회의장은 이날 『의원의 재산공개는 여야가 동참하는 국회 차원에서 실천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하오의 민자당 3역 회의에서도 민주당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당3역들은 『전체 정치권이 동참하자는 민자당측 제의가 좋은 취지라고 여겨져 긍정적으로 수용키로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당무회의가 열린 10일 아침까지만해도 「여야협의를 통한 재산공개」가 새로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듯했다.

그러나 곧이어 열린 민자당 고위당직자 회의와 당무회의는 『김영삼총재의 개혁의지에 따르기 위해 총재가 한 방법·내용대로 20일까지 재산을 공개했다』고 「원칙고수」의 결론을 내렸다.

다만 『무기명 채권·현금·골동품 등 동산의 공개는 의원재량에 맡긴다』는 결정으로 당내의 불안분위기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

이런 상황반전은 고위당직자 회의 직전 청와대의 「강한 뜻」이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아울러 『일시유보 검토는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였을 뿐 공개는 부동의 사실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물밑에서 오간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재산공개는 시기까지 정해져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치권은 이제 그 파장속에서 거듭나기의 진통을 힘겹게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재산공개의 파장과 결과는 정확히 측량하기가 어렵지만,결과적으로 정치권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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