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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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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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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이 작년 선거운동 당시 내걸었던 슬로건은 「안정속의 개혁」이었다. 갑작스런 변혁보다는 점진적인 개선의 약속이었다. 급진적인 격변이 아니라 조용한 변화를 집권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새정부가 밀어붙이는 과감한 개혁의 강도는 「안정속의 개혁」이라는 개념보다 훨씬 세게 느껴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혁명적 상황이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전에는 군인들이 나와서 총칼로 혁명을 했지만 지금은 국민의 손으로 뽑힌 문민대통령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점이 다를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분석도 일리가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기 위한 조각은 당연하다 하더라도 각국 주재대사들에게 일괄 사표를 내게해서 공관장 인사를 단행한다든지,임기제인 육군 참모총장을 전격 해임,경질한다든지 하는 조치는 과거 혁명이나 정변시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설사 혁명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군사혁명이 아니라 문민혁명이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은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공작정치,정보정치 등 군사통치의 쌍두마차였던 국가안전기획부와 국군 기무사가 과거의 못된 짓을 하지 못하게 못박은 조치부터가 그렇다. 안기부라는 기구는 5·16 군사혁명 때 생겨난 것이고 기무사는 계속되는 군사통치 아래에서 점점 비대화해왔던 것이다. 이들 기구를 대폭 축소하고 격을 낮추어 월권행위를 못하게 한 것만 보아도 문민혁명임에 틀림없다. ◆말하자면 같은 혁명적 상황이라도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을 선봉으로 하여 청와대­행정부­민자당의 3각체제가 이끄는 역사적 작업이다. 여기에는 야당도 반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뽑자는 원칙에 누가 반대할 것인가. 단지 방법론에서는 이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개혁추진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주체세력의 의지가 김 대통령의 그것을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뒷걸음질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의 적은 내부에 있다」고 한 김 대통령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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