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인기… 증시·예금은 격감거액의 뭉칫돈들이 실명제와 사정이란 개혁의 양칼날을 피해 공사채형 수익증권과 장기성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1만원짜리 현찰로 거액을 빼가는 사람이 늘어 은행 예금이 줄어드는가 하면 명동 등지의 사채 전주들은 때를 기다리며 잠적해 버렸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에는 올들어 무려 5조9천억원이나 몰려 6일 현재 31조1천3백억원의 저축고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하루에 1천억원 이상씩의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지난 72년 사채 동결조치이후 최대의 예금쇄도 현상이다.
은행의 금전신탁은 지난해말 50조8백원에서 6일 현재 53조1천억원으로 3조2백억원이 늘었다. 또 20년 만기 국민주택 채권은 연초 액면가 1만원당 3천원(수익률 9.1%)대에서 9일 현재 3천4백원(수익률 8.7%)으로 두달남짓 사이에 13%나 올랐으며 그나마 매물도 동이난 상태다.
이들 금융상품은 금리인하조치로 도래한 저금리시대에도 그런대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다 돈을 장기간 묻어두거나 신분을 감출 수 있는 익명성도 갖추고 있어 돈많은 사람들로부터 때아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저축성 예금에서는 이달 들어서만도 각각 1조1천억원과 3천1백억원이 빠져나갔다. 증권사의 고객예탁금도 지난 1월11일 2조7천억원에서 6일 현재 2조1천7백억원으로 한달여 사이에 5천3백억원이 감소했는데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연말 배당금 등을 감안하면 1조원 이상이 증시를 이탈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현찰수요도 급증,지난달 25∼27일 사흘 사이에 1조4백억원의 현금통화가 풀려 나갔고 3월 들어서도 평소보다 20∼30% 가량 많은 현찰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재산추적 조사설로 명동을 비롯한 사채시장들은 개점 휴업상태에 들어갔고 공직자 주식계좌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남 과천 일대의 증권사 점포에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큰손 계좌들이 하나둘씩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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