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행정부의 「인사파문」이 예삿일이 아니다. 조각된지 보름도 못돼 박양실보사,박희태법무,허재영건설 등 3명의 각료가 경질되고 전병민 청와대 정책수석,김상철 서울시장 등이 불명예스럽게 하차했다. 박 보사,허 건설 등은 부동산 취득 등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편법이나 자금불투명 등 투기성 의혹으로,김 시장은 토지의 불법형질변경,전 수석은 분명치 않은 일부 경력과 장인이 송진우선생님 암살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물러나게 됐다. 박 법무는 딸이 미국국적을 갖고 외국인으로서 이대에 입학했던 것이 물의가 됐다. 모든 인사 특히 고위공무직원의 인사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요건인 자질과 도덕성의 통념적인 기준에 미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지금까지의 인사파문만해도 사회적으로 전례없는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인사파문이 새정부가 바라는대로 이것만으로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번 인사파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5,6공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임명된 각료나 청와대 보좌관들에 대한 정확한 제보가 투서,팩시밀리,전화 등으로 언론계 등 관련기관에 무더기로 제공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신문 등 언론기관이 제보 등을 근거로 취재,확인하여 보도함으로써 쟁점화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회의 도덕적 가치기준이 고도로 엄격해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김영삼대통령의 부정부패의 척결 등 정화운동,언론의 기능회복,만연된 부정·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의식 등이 함께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임명권자인 김영삼대통령의 『밀실인사』의 관행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처럼 안기부나 경찰 등 관계기관에 인사 내정자에 대한 신원조사 등을 의뢰했더라면 임명하자마자 사표를 받거나 해임하는 난처함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이 5,6공에 발을 들여 놓지않은 새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사전검증을 간과함으로써 오히려 물의를 자초한 셈이 됐다. 이경재 공보수석은 3·8 부분개각과 관련하여 『청와대의 자체 조사에서 다소의 문제가 있는 사람이 더러 있으나 따지고 들자면 5,6공의 공기와 물을 마시며 산 사람들 가운데 조금씩 오염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에서는 이번 인사파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또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 공보는 『개혁을 추진하려는 새정부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방해하려는 대항세력의 움직임이 있다』했고 김 대통령은 『신한국의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아무리 매워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인사파문의 재발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밀실인사를 공개인사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미국의 상원 인준청문회 방식을 원용할 수도 있고 옛날처럼 수배 수인원의 천거를 받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인사 내정자에 대해 관계기관으로 하여금 내사,평가케하여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는 각료 등 고위공무원에 대해서 국회 인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품격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하나 그래도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누가 누구에게 먼저 돌을 던지랴』하는 도덕불감증후군의 상황에서 용서할 수 있는 것과 용서할 수 없는 것 등 도덕기준을 재확립하는데는 역시 국회가 제일 적합한 것 같다.
국회가 이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얻어내기에 가장 알맞은 장이기 때문이다. 언론기관이 지금처럼 자기판단에 따라 경쟁적으로 탐색보도 하다보면 본질적으로 조사 자체에도 한계가 있을뿐더러 대중주의에 영합하기도 싶다.
경쟁이 과열되면 무고한 희생자를 내는 「마녀사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만사에 합당한 인사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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