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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전경련회장/기업활동은 시장기능에 맡겨야(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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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전경련회장/기업활동은 시장기능에 맡겨야(초대석)

입력
1993.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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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도 정부규제서 비롯/고금리,국제경쟁력 약화 “주범”/음성적 정치자금 배제 “환영”…실명제 사전연구 충분히▼부정부패 척결과 경제회생이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과제들을 성공시키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하겠습니까.

『문민시대에 걸맞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함으로써 경제침체와 부정부패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 입니다. 경제민주화란 경제활동의 주체들이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없이 자율적으로 책임있는 경제활동을 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이대로 가면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될 만큼 삭감한 상황입니다. 기업인들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통제도 풀어야 합니다. 은행끼리 자율적으로 경쟁을 해야 금리도 내리고,은행문턱도 낮아 집니다. 해외에서 잘 팔리던 우리상품중 경쟁력이 약화된 상품들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이유가 금융제도로 연결됩니다. 우리기업들은 경쟁대상국인 대만보다 3배나 비싼 금리로 은행돈을 쓰고 있으며,중소기업들은 은행돈을 꾸기조차 힘듭니다. 부정부패 문제도 불필요한 정부규제 큰 원인이되고 있습니다. 뇌물 바치고,규제에 시달리고,비싼 금리내고,그나마 은행문턱이 높아 돈구하기도 힘드니 기업인들이 무슨 수로 국제경쟁력을 키우겠습니까. 정부도 기업도 자유경제 시장원리에 맞는 경제철학을 확립해야 합니다』

○경제민주화 추진을

▼한국의 기업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과보호속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경제민주화란 정부로부터의 독립선언입니까.

60년대의 경제는 유년기였고 정부가 아기를 키우듯 기업을 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경제는 성년에 이르렀고,과거 10년동안 전경련은 정부에게 그만 간섭하라고 저항해 왔습니다. 우리 경제는 10∼15년 전의 일본경제와 비슷한 단계에 있는데 그 단계에서 일본정부의 간여와 금융자율화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참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당시 일본의 경제활동은 오늘의 우리 상황과 비교가 안될만큼 자유로웠습니다. 정부는 우리경제의 자립능력을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김영삼대통령은 앞으로 정치자금을 일체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사라질것이라고 보십니까.

『기업인들은 자기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정치자금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식으로 정치자금을 내느냐는 문제는 늘 그시대의 현실을 따를수밖에 없습니다. 새시대에 맞춰서 정치자금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대통령께서도 밝히셨는데,기업인들이 법을 어기지않고 정치자금을 낼수있게 된다면 환영할 일 입니다』

▼금융실명제에 대해서 전경련은 「조건없는 찬성」의사를 밝혔는데,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보십니까.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는것이 개혁의 핵심인것처럼 알려져 있지만,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것인가에 대한 검토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전경련이 「조건없는 찬성」을 선언한것은 기업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무조건 실명제를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고,개혁에 기꺼이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는데,사실 우리도 실명제의 영향에 대해서 상식선 이상의 연구를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금융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는것 자체에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 졌다고 생각하지만,시행하기전에 충분한 연구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것입니다』

▼전경련회장으로 일하는동안 이 단체가 대기업의 이권옹호단체라는 이미지를 씻고 중소기업과의 공존관계를 발전시켜 가겠다고 밝히셨는데,중소기업들이 그것을 언제쯤 피부로 느낄수 있겠습니까.

『전경련은 자율조정 위원회를 발족시킬 계획인데 이를 통해서 대기업끼리의 과당경쟁을 조정하고 소비자보호와 중소기업 육성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각오입니다. 중소기업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최대약점이며 정부가 그들을 도우려해도 사정을 잘 몰라서 지원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경련은 중소기업이 남이 아니고 우리의 일부라는 인식아래 협조방안을 모색할뿐 아니라 그들의 어려움을 파악하여 정부와 지원책을 의논할 생각입니다. 전경련회장 임기가 2년인데 이 기간 내내 노력을 계속하면 중소기업들도 전경련의 도움을 확실히 피부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노사관계 성숙해져

▼한국기업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격렬한 노사분규,급격한 임금상승,생산성 저하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고,결국 경제침체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문민정부 출범으로 민주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 기업들이 민주화바람을 이겨낼 체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민주화 과정에서 겪은 시련은 기업들에게 큰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얻은것도 많았습니다. 오래 억눌렸던 근로자들의 욕구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후 노사관계는 한층 성숙한 관계로 발전해왔습니다. 기업은 사원들의 요구에 보다 진지하게 귀기울이게 되었고,사원들은 기업이 경영주의 것일뿐 아니라 자신들의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노사는 한솥밥을 먹는 한식구이고,경쟁자는 회사밖에 있으며,사원들의 지나친 요구가 회사를 약체로 만든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경제상황이 매우 나빴기 때문에 노사관계의 성숙이 빨랐다고 봅니다. 문민정부가 출범했다고 해서 노사관계가 다시 흔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민주화 과정에서 임금이 3∼4년동안에 3배이상뛰고,인력난이 심각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동화 시스템을 서두르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섬유부문을 예로들면 대부분의 공장들이 근로자를 절반이상 줄였을 정도로 자동화를 진행시켰습니다. 민주화 홍역은 6공초에 졸업했다고 생각합니다』

▼군사독재 아래 경제기적을 이뤘던 한국은 이제 민주주의와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킬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노사관계는 안정되었다 해도 근로자들의 근로의욕 회복과 기술개발 등의 과제를 무난히 풀어갈수 있다고 보십니까.

『노동집약적인 시장은 중국 등 후발국에 많이뺏기고 있으나,지난 3∼4년간 각 부문에서 나름대로 기술개발에 매달려왔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시아에서 일본을 따라갈 나라가 과연 누구이겠는가 생각해 봅시다. 기술수준,기업운영방법,교육제도,국민의 성실도 등 여러면에서 살펴볼때 일본을 따라 갈수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우리 근로자들이 일하기 싫어한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 근로자들은 소득이 올라가면서 근로형태가 달라진 것이지 근로의욕을 잃거나 나태해진 것이 아닙니다. 지난 85년 섬유 공장에서 일하던 고졸 근로자의 임금의 월 20만원 정도였으나 3∼4년새 70만원선으로 뛰었습니다. 근로자들은 연탄에서 석유로 난방연료를 바꿨고,소주뿐 아니라 맥주를 마시게 됐고,심야노동대신 퇴근후 외식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득에 따라 삶의 양식이 변하는것은 당연한것입니다. 근로자들은 과거에 기꺼이 땀흘려 일하던 공정을 자동화해 달라고 요구하고,연장 근무대신 취미생활을 원하고,소음이 심한 작업장이 아니라 음악이 흐르는 작업장에서 일하고 싶어합니다. 기업은 근로자를 탓하지말고 그들의 변화에 부응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경제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성공시킬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정치 쉽게 보지않아

▼정주영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기가 정치를 시작한것은 현대에 대한 정치적 탄압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는데,같은 기업인으로서 그를 이해할수 있겠습니까. 또 기업인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그분은 매우 특이한 소질과 체질,그리고 남다른 사고와 활력을 지닌 분입니다. 기업인치고 크고 작은 탄압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나,그분처럼 직접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은 아직 없었습니다. 그런점에서 그는 보편적인 기업인이라고 볼 수 없으며,국민들도 그의 행동에 비추어 재벌전체를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재벌이든 누구든간에 정치를 할수있는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치가 사업에 비해 쉽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정치는 겉으로 보기에 쉬운 것 같으나 사업에 비해서 훨씬 변수가 많은것 같습니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셨는데,민주화가 상당히 이루어졌던 6공은 어땠습니까.

『6공에 들어와 간섭이 더욱 심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민주화에 따라 대통령이 국정의 상당부분을 관련공무원에게 일임하고 과거의 대통령들처럼 무섭게 국정을 틀어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량권을 주니까 오히려 관료위주의 규제일변도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인데,왜 그런 사정을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가까우면서도 먼것이 사돈관계입니다. 만일 그분이 내 사업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시면 내가 좋겠습니까. 그러니 나도 그 분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함부로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려웠습니다. 그 분도 나에게 정식으로 어떤 의견을 구하시는 일이 없었고,우리는 그저 가족모임에서 이런저런 세상이야기를 하는 정도였습니다』

▼제2 이동통신 문제를 정부가 자율위원회에 넘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점때문에 그 사업자체가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그 사업은 신문들이 말하는 것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며,또 선경은 컨소시엄을 이룬 16개 업체중의 하나뿐일 사업전체를 소유하는것도 아닙니다.

아직 새정부의 체신정책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뭐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으나 새정부가 만일 사업자 선정을 전경련의 자율위원회에 넘긴다면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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