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뢰받는 검찰」 만들려 했는데…/사퇴표명 박희태 법무장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뢰받는 검찰」 만들려 했는데…/사퇴표명 박희태 법무장관

입력
1993.03.08 00:00
0 0

◎“개혁 장애될것 같아 대의 택했다”문민정부 출범 초반에 몰아닥친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 바람의 첫 시험대에 서게됐던 박희태 법무장관이 7일 장관직 대신 떳떳한 길을 택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딸을 국내대학에 편입학시켜 도덕성에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박 장관은 『6년과도 같은 6일동안 법과 정리를 놓고 깊은 고뇌를 해왔다』며 『더이상 장관직에 있는게 국가적 과업인 개혁에 장애가 될것같아 대의를 택했다』고 사퇴표명의 변을 밝혔다.

이날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 N일식집에서 만난 박 장관은 끈질긴 질문공세에 장관재임중의 소회를 털어놨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검찰·법무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려 했었습니다』며 박 장관은 겨우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와왔던 점을 애써 부인할 생각은 없다』면서 『꾸준한 자세로 외풍을 막고 개혁에 부응하는 사정기관을 만들려했다』고 거듭 되뇌였다.

박 장관은 『차라리 처음 사퇴의사를 표명했을때 받아 들여 졌더라면…』하고 말꼬리를 흐리며 대통령의 재신임을 끝내 거부할 수 없었던 정황을 『국민의 신망을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표현으로 술회했다.

박 장관은 『딸의 대학 편입학 사실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때는 참으로 부끄러웠지만 그 당시 부모된 심정으로는 딸의 희망을 도저히 막기 어려웠던게 솔직한 심정이었다』며 『그이후 6일동안 법과 정리 사이에서 무척 고뇌 했다』고 털어 놓았다.

박 장관은 6일까지 신건차관은 물론 실국장들에게도 스스로의 거취에 대해 일체함구하며 혼자 신변을 정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박 장관의 사퇴소식을 방송을 통해 듣고 식당으로 달려온 신 차관 문종수 법무부실장 유순석 교정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박 장관은 이들에게 『어떻게 알고 왔느냐』며 『마음고생 많았죠』라고 오히려 위로했다.

박 장관은 『6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사퇴결심을 내린뒤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이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딸이 양녀라는 세간의 소문과 학내문제로 휴직한 부인 김행자교수(52·건대 가정관리학과)의 교수직 복귀문제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박 장관은 『검찰이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는 말로 간부들에게 인사를 대신한뒤 『국가적인 개혁에 백의종군하겠다는 심정뿐』이라고 말한후 자리를 떴다. 한편 법무부와 검찰관계자들은 이날 박 장관의 용퇴를 높이 평가하면서 새 시대를 맞아 검찰의 위상을 되찾아보려고 애쓰던 장관의 퇴임을 안타까워 했다.<정희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