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별 미봉처리론 수습 못해/소문등 조사… 문제있을땐 문책”청와대는 박양실 보사부장관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다른 인사파문이 확대되자 비상상황을 맞고 있다.
김상철 전 서울시장의 그린벨트 훼손과 박희태 법무장관의 딸 대학 편법입학 파문이 터졌을 때의 곤혹스러워하던 정도는 이미 넘어섰다. 김영삼대통령 정부의 개혁 전도에 대해 위기감마저 느끼는 모습이다.
새정부 각료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 끝도 없이 문제가 터지는 것을 임명권자의 「인사오류」 탓만으로 돌릴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이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 공감대를 이뤄가는 느낌이다.
청와대는 당초 김 전 서울시장과 박 법무장관 문제는 김 전 시장을 전격 경질하고 박 장관에 대해선 시정조치로 인사파문이 수습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김 대통령이 이같은 조치와 함께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며 정치권 부패척결 시작을 선언한 것도 국면을 전환,개혁추진에 가속을 붙여보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수습은 커녕 박 보사장관 파문이 연이어 터지고 여전히 몇몇 각료와 청와대 일부 수석에 대한 부적격 소문이 계속되자 청와대로서는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5일밤 박관용 비서실장 주재로 주돈식정무 김영수민정 등 관계 수석비서관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도 이점이 집중 논의됐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단편적 미봉책으로는 인사파문을 수습할 수 없고 종합적 대처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검증없이 임명된 사람들이라 언제 문제제기의 대상이 될지 알 수 없고 실제로 제보와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에 유의한 것. 이 때문에 사안별로 단편적인 대응을 하다가는 새정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의에서는 현재 언론기관에 제보된 내용이나 시중소문과 관련된 각료 등 고위공직자의 신상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지금이라도 「검증」을 철저히 해 용인되지 못할 부분이 있으면 조치하고 스스로 문제를 느끼면 물러나도록 하는 사전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 더 근본적으로는 고위직 인선절차와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도 이 때쯤에는 이미 TV 저녁뉴스와 6일자 조간가판을 통해 박 장관 문제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전문이다.
이날밤 김 대통령을 면담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크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해 김 대통령의 이번 연쇄 인사파문에 대한 우려의 정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박 장관이 6일 상오 청와대 춘추관에서 「해명기자회견」을 끝낸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장관의 해명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한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고위관계자는 『범법·탈법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해명내용이 국민적 설득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들로 보아 해임쪽으로 기울어지는 인상이다. 분위기로 보아서는 오히려 박 보사장관이 이날 회견에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청와대는 거듭된 인사파문에 대해 종합적 거시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도 그전에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나돌아 다니고 있는 소문이나 루머가 언제 사실로 확인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신임 각료들에 대한 제보나 소문만해도 『정보사 땅 사기사건의 주범을 도왔다』 『정치폭력사태와 관련돼 있다』 『고위관리 재직시 비리행위로 사정에 걸렸었다』는 등 무성하다. 심지어 『이혼한 전력이 있다』는 제보도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새정부의 개혁정책으로 피해를 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기득권층이나 또다른 세력의 조직적 저항이나 음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집단이 있다는게 아니라 도처에서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이미 쫓겨났거나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저항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도 이같은 우려에서인듯 이날 민자당 당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의 개혁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소외시키고 피해를 입히는 것이 분명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성급한 개혁은 있을 수 없다』며 『부정적 요소는 과감히 도려내되 그것이 사회의 기틀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보수층을 감안한듯한 발언을 했다.
한 수석비서관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에 대해서는 쿠데타까지 있었지 않느냐』며 개혁저항세력이 조직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해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설사 개혁에 대한 저항이 일련의 인사파문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해도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이 인사오류였다는 점에 청와대측의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는 상황을 직시,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도덕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오고 있다.
과거의 기준에서는 문제가 안됐을지라도 이제는 납득이 안되는 「도덕수준의 전환기」에 와있고 국민이 먼저 이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사회지도층 전체가 자신의 도덕기준을 되돌아보는 각성과 자성의 계기가 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 않느냐는 적극론이기도 하다. 김영삼 새정부가 이번 파문을 근본적 대책을 통해 정면 돌파해나갈 때는 물론 긍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기다려주느냐일 것 같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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